[발언대] '패스워드 증후군'

2017. 4. 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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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패스워드 증후군에 걸린 듯하다.

올해 들어 비밀번호 재발급만 벌써 5번이나 받았다.

한마디로 자기가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를 자주 잊어먹는다는 이야기인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기억력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결국엔 끝내 기억을 못해 번거로운 신상정보 확인을 거쳐 겨우 임시비밀번호를 재발급 받지만 몇 달 뒤 또 기억을 하지 못해 이러한 행위는 계속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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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일양약품 계장
이정욱 일양약품 계장

최근 필자는 패스워드 증후군에 걸린 듯하다. 올해 들어 비밀번호 재발급만 벌써 5번이나 받았다. 패스워드 증후군이란 현대인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얻은 여러 개의 패스워드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고 결국 발급 기관에 문의와 확인을 거쳐 겨우 이용하는 증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자기가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를 자주 잊어먹는다는 이야기인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기억력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한때 인터넷 패스워드는 4자리일 정도로 간단 했다. 그런데 지금은 숫자 4자리로 패스워드를 설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됐으며, 나아가 숫자만으로 패스워드를 설정하는 것 또한 무척 어려워졌다. 지금은 보안이 더욱 강화된 탓에 숫자에다 문자의 조합은 기본이 됐고, 이제는 기호나 대문자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또 이러한 방식이 사이트마다 일관되게 적용되면 큰 문제가 없는데, 어느 사이트는 기호를, 어느 사이트는 대문자 등을 요구하면서 기억해야 할 패스워드가 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패스워드 증후군에 빠지게 했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오랜만에 방문하는 사이트 중 이처럼 보안이 강화된 곳은 기억이 거의 안 난다. 그래서 로그인을 시도할 때마다 틀리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엔 끝내 기억을 못해 번거로운 신상정보 확인을 거쳐 겨우 임시비밀번호를 재발급 받지만 몇 달 뒤 또 기억을 하지 못해 이러한 행위는 계속 반복된다. 여기다 '안전 캠페인' 차원에서 몇 개월에 한 번씩은 꼭 패스워드를 변경하라고 하는 것 때문에, 기억해야 할 패스워드 가지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변경할 때 기존에 쓰던 패스워드로는 다시 변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분명 올바른 패스워드를 입력했는데 오류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아이디가 이메일 주소인 경우가 그렇다.

이제는 패스워드뿐만 아니라 아이디까지 이러한 난해함에 가세를 하고 있다. 이는 마치 내 집을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주객전도 현상을 불러왔고, 한때 암기 왕인 나를 붕어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물론 패스워드를 복잡하고 어렵게 하는 것이 보안상의 이유로 꼭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이트마다 일관되지 못한 비밀번호 설정에 있다. 지금까지 문자와 숫자의 조합 정도로 패스워드를 주로 쓰다가 어떤 곳은 대문자와 기호 등이 추가로 붙으면서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아이디와 패스워드 설정에 대한 표준화된 규정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는 국내로만 한정 지어서도 안 된다. 인터넷 세상은 이미 지구촌의 벽이 허물어졌다. 아이디를 개설함에 있어 이제는 글로벌용 아이디 개설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결국 아이디와 패스워드의 합일화된 규정을 위해 세계적인 논의와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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