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정부 ICT 조직개편 최소화해야

2017. 4. 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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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봄이다. 녹음이 푸르른 여름도 좋고, 하늘이 높은 가을도 좋고, 눈꽃이 피는 겨울도 좋지만, 유독 봄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희망이 유난히 커서일까.

벌써부터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직 개편 논의의 중심에 서있다. 그 동안 ICT 관련 부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편의 대상이 돼왔다. 1994년 김영삼 정부 이후 ICT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오던 정보통신부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그 기능이 분산됐고, 2013년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던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을 통합·관장해왔으나 대선을 앞두고 정부 조직 개편의 1순위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ICT 관련 부서는 쪼개지고 흩어지고 재편돼야만 할까. 그 전 정부의 조직이, 부처가, 거버넌스가 잘못됐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넘어가기에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ICT 산업 실적은 너무나 우수하다.

필자가 짐작하건데 그 이유는 아마도 첫째, ICT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때문에 국민들이 ICT 산업에 가지고 있는 관심 역시 매우 높으며, 새로 출범한 정부의 입장에서는 ICT 산업을 성장시킴으로서 정부의 성과를 부각시키고 싶을 것이다. 둘째, 교육, 노동, 건설 등 전통적인 영역은 역사가 깊은 만큼 발전의 여지가 많지 않은 반면, ICT 산업은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해 보인다. 셋째, 정부가 조직을 바꾸고 철학을 바꾸고 기조를 바꿔도, 우리나라의 ICT 산업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세계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그렇다보니 ICT 관련 부처 개편을 통한 새로운 ICT 국가 전략의 수정은 잘 안 돼도 본전, 잘되면 대박일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이번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인 부처로 인식되고 있다 보니 더욱이 개편에 대한 논의가 빠르고 강하게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 필자는 4년전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와 똑같은 논리로 미래창조과학부의 대대적인 개편에 반대하고자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조직 개편의 이유들이 전략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적 근거에만 기반한 것도 반대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전략적으로 봤을 때에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리스크가 크다. 첫째, 중장기 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개편은 정책의 단절과 인사이동으로 인한 전문성 약화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가 대대적으로 개편될 경우 다시 조직이 안정화되고 체계화되는 데에도 몇 년의 시간이 소비된다. 물론 대통령에 따라 해당 정부의 철학과 비전은 바뀔 수밖에 없으며, 정부의 철학과 비전에 따라 정책과 조직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정부의 철학과 비전이 강조되다보면, 국가의 철학과 장기 비전은 수립될 수 없다. 그것이 우리나라에는 ICT 정책에는 5년 이상 지속된 장기 비전이 없는 이유일 것이다. 구글의 알파고는, 닌텐도의 포켓몬고는 절대 5년의 투자로 이뤄질 수 없다. 둘째, 환경의 변화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이며,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는 ICT를 기반으로 모든 산업이 융합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웨어러블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은 뇌과학, 자동차, 의학 등의 과학기술과 ICT가 융합됐을 때 완성될 수 있으며, 따라서 과학기술과 ICT는 하나의 부처에서 총괄되었을 때 지속적인 성장이 담보될 수 있다. 차기 대통령에게는 부디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올바른 철학과 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업적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 전에 잘 되고 있던 정책을 판별할 수 있는 지혜와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가는 대한민국 ICT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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