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팩트체커] 안철수 "스모그 프리 타워, 주변 미세먼지 60% 정화"

안병욱 2017. 4. 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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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효과 미미..'경각심' 효과에 그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8일 한양대학교에서 진행된 미세먼지 대책 간담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안철수 후보 네이버 블로그]
Q: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8일 '환경이 안보다'라는 주제로 미세먼지 대책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마스크 없는 봄날을 위한 제안을 하겠다"며 미세먼지 6대 공약을 발표했는데, 이날 주목을 받은 공약은 중국 베이징에 설치된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를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는 "베이징에서 가동 중인 스모그 프리타워는 높이 7m 정도의 탑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를) 60%가량 정화한다고 한다"면서 "우리도 시범 설치해 가동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스모그 프리 타워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정말 실효성이 있는 건가요?

A: 결론적으로 미세먼저 저감에는 효과가 미미할 전망입니다. 다만 상징성은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미세먼지 대책 간담회에서 청중들에게 스모그 프리 타워 사진을 보여주며 "베이징에서 가동 중인 스모그 프리타워는 높이 7m 정도의 탑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를) 60%가량 정화한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도 시범 설치해 가동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댄 로세하르데는 스모그 프리 타워 아이디어를 지난 2015년 킥스타터(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에 올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사진=킥스타터 홈페이지 캡쳐]
스모그 프리 타워는 네덜란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지난해 베이징에 설치된 공기 정화탑입니다. 쉽게 말해 7m 높이의 거대한 공기청정기입니다. 공기를 빨아들여 미세먼지와 스모그를 흡수하고 이를 이온기술을 활용해 유해물질이 제거된 공기를 대기 중에 방출합니다. 인근 3만m² 대기의 미세먼지를 다른 곳의 69% 수준으로 정화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안 후보의 공약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0일 문 후보 측 권혁기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 후보가 소개한 스모그 프리 타워는 베이징시에서 예술거리에 설치한 조형물"이라며 "중국 언론은 이 조형물이 베이징시의 미세먼지를 정화하려면 10만 개가 필요할 것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당시 대국민 사기극에 사용한 '로봇물고기'에 다름없다"고 안 후보의 스모그 프리 타워 시범 설치 공약을 평가 절하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같은날 발표한 논평을 통해 "문재인 후보 측은 스모그 프리타워가 대국민 사기극이라 했지만 이는 단견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스모그 프리타워가 킥스타터를 통해 도입된,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는 설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도 시범도입을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안 후보가 말한 스모그 프리 타워의 '60% 가량 공기 정화' 효과와 '시범 설치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는 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환경기자협회 시험…"효과 매우 제한적"

스모그 프리 타워 실효성 논란은 지난해 9월 말 중국에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중국 환경 기자협회(CFEJ)는 스모그 프리 타워에 대한 시험 테스트를 환경 시험기관에 의뢰해 50일 동안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난해 11월 20일 발표했습니다

중국 환경 기자협회(CFEJ)는 베이징에 설치된 스모그 프리 타워에 대한 시험 테스를 지난해 진행했다. 22~24시간 동안 3차례에 걸쳐 스모그 프리 타워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른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을 검출했다. 참고로 중국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오염물질 검출 기준을 ㎍이 아닌 mg(㎍의 1000배)로 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WHO의 미세먼지(PM2.5) 허용치는 24시간 동안 25㎍/m3이다.[사진=CFEJ 홈페이지 캡쳐]
#중국 환경 기자협회(CFEJ) 실험결과 보기

CFEJ는 "타워는 대기에 있는 PM2.5(Particulate Matter Less than 2.5㎛라는 뜻으로, 미세먼지를 의미. 2.5㎛(마이크로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40분의 1 정도)에 대한 정화 효과가 있지만 그 효과는 불안정하고 매우 제한된 범위"라고 밝혔습니다. 즉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스모그 프리 타워가 1시간에 인근 3만m² 대기를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 겁니다.

CFEJ에서 진행한 시험 결과표를 보면 첫 번째 시험은 지난해 10월 13일 11시30분부터 24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타워에서 거리 10m 내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226㎍/m3이고 타워에서 거리 30m 내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228㎍/m3로 나왔습니다. 20m의 거리 차이만큼 미세먼지 농도도 조금 달라진 겁니다.

두 번째 시험은 지난해 11월 8일 12시부터 22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타워 남측 0m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78㎍/m3이고 남측에서 거리 5m 내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72㎍/m3인데 오히려 타워에 가까운데 농도가 높게 나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타워 북측 0m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70㎍/m3이고 타워에서 거리 100m 내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163㎍/m3가 나와 타워에서 멀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변화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시험은 지난해 11월 10일 12시부터 22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타워 0m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81㎍/m3, 타워에서 거리 5m 내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89㎍/m3, 타워에서 거리 100m 내 미세먼지(PM2.5) 농도 값은 109㎍/m3로 나와 타워에 가까울수록 농도가 낮게 나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 20%정도의 정화 효과에 그쳤고 세 가지 시험을 종합해보면 스모그 프리 타워는 미세먼지 저감에 큰 효과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CFEJ 소속 리우 구정(Liu Guozheng) 사무총장은 스모그 프리 타워가 베이징에 설치된 것은 "중국 당국의 대기 정화 의무를 상기시키고, 대중들에게 스모그 퇴치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하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고 이어 "이러한 과정에서 탑 이름을 '스모그 경고 타워'로 바꿔 환경 교육 활동의 일환으로 이용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중국에서 오랫동안 대기 과학 연구를 해온 난징 정보 공학 대학 소속 지슈 페이(Zhixue Fei) 교수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기 정화 효과가 없으므로 스모그 프리 타워 프로젝트 도입은 무의미하며, 제거되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 "방향성을 봐야지 효과 따지는 건 근시안"

스모그 프리 타워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논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지난 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미세먼지 대책 공약을 발표할 때 함께 있었던 최영식 한양대 기후변화대응센터 교수는 우선 스모그 프리 타워를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사람들의 행동과 인식을 바꾸는 교육적 차원과 홍보 측면에서 본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베이징를 방문해 타워를 보고 온 최 교수는 "기후변화대응은 기술과 예술 등 융복합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말하며 "스모그 프리 타워를 미세먼지 저감 효과로만 판단하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이고 정치적 논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최 교수는 "10년 전, 전기 자동차는 배터리 용량 문제로 투자대비 경제성 논의를 하지 못했다"며 "단순히 기술 측면에서 현재 효과가 있고 없고는 후순위적인 문제"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또 "안 후보는 점차적인 미세먼지 감소를 위한 방향성의 예시와 그 상징적 단어로 스모그 프리 타워를 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스모그 프리 타워가 현재 효과가 없더라도 그건 추후 기술 발전으로 극복할 수 있고, 스모그 프리 타워가 주는 교육적 효과와 '환경 안보'라는 방향 설정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환경공학과 교수는 "(학계에서) 스모그 프리 타워 효과에 대한 찬반 논의는 여전히 갈린다"며 "비용대비 기술 효율을 따질 성격은 아니고, 대선주자가 이런(미세먼지 절감 위한 환경) 의제를 제시한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안철수 캠프 "시민적 각성 위한 '상징적 의미'"

그렇다면 공약을 낸 안철수 캠프 측의 입장은 어떨까요.

안철수 캠프 소속 한 관계자는 스모그 프리 타워를 공약을 내건 이유에 대해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스모그 프리 타워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선 "(안 후보가) 해당 중국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설치하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며 "만약 그걸로만 미세먼지 저감을 하겠다고 하고, 해당 모델을 수입하겠다고 했다면, 이번 논란에 대해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아야겠지만 우리는 스모그 프리 타워와 같은 원리에 국내 기술을 도입할 생각"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관계자는 "고출력 레이저 등 국내에도 미세먼지를 분해하는 기술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범 설치 사업의 재원 마련과 현실 가능한 시점에 대해 묻자 "시민참여형 기금 구상 마련을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추후 공약집에 내용을 넣어 의문점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론 : 실효성 제한적

정리하면 안철수 후보가 미세먼지 대응책으로 내놓은 스모그 프리 타워는 인근 공기 대비 60% 가량 대기 정화를 해내지 못합니다.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국내 기술을 도입해 시범 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구체적 계획과 적용 가능한 기술에 대한 언급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전문가와 실무진은 '방향성', '상징물'을 말하지만 안 후보의 공약에 박수를 보낸 대다수 국민들은 스모그 프리 타워의 무용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지난 10일만 해도 안철수 후보 블로그에서 볼 수 있었던 스모그 프리 타워 시범 설치 내용은 어느덧 '미세먼지 6대 공약 발표'라는 글에서 지워졌습니다.

[안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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