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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유죄? 무죄? 대선주자 말바꾸기 논란

채윤경 입력 2017.04.13. 11: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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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철학과 원칙을 바꾸는 것이 안 후보의 정체.”(9일 민주당 윤관석 공보단장) “문재인 후보가 아들 취업비리를 말바꾸기 대응으로 일관했다.”(10일 국민의당 정두환 대변인) 유력 대선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사드, 촛불집회, 아들 채용문제 등을 두고 말바꾸기를 한다는 이유다.

두 후보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뀐 대표적 이슈는 사드 배치다. 문재인 후보는 “사드 배치 재검토→잠정 중단→배치 불가피성 인정→조건부 배치”로, 안철수 후보는 “사드의 득실 따져야→배치 반대→사드배치”로 입장을 변경했다.

특히 안 후보는 8개월만에 사드 반대에서 배치로 생각이 완전히 변했다. 지난해 7월엔 “사드배치는 잃는 것이 크고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11월엔 “사드배치에 반대한다”고 명확하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정부간 협약은 다음 정부에서 백지화하거나 뒤집을 수 없다”고 입장을 유보했고, 4월 6일엔 “사드 배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확실히 했다.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을 채택했던 국민의당도 11일 “후보 의견을 받아들여 사드배치 당론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문 후보도 지난해 7월엔 "재검토가 필요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가 10월에는 "이제와서 합의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후 공식 석상에서 "사드 배치를 전면 중단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주장을 고수하던 문 후보는 11일 “북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고도화해 나간다면 사드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했다. 입장 선회다.

사드배치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이 바뀐 것을 ‘말바꾸기’로 몰아갈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상일 아젠다센터장은 “후보들이 생각을 바꾸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큰 흠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사드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안보와 관련된 중요 사안이기 때문에 지지층 이탈이나 신뢰 훼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보수ㆍ진보를 막론하고 다수의 국민이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후보들이 입장변화를 제대로 설명하면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진보의 인증’이라고 불리는 촛불집회를 두고 안철수 후보의 입장이 바뀐 것도 논란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12일 촛불집회 현장에 책임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본인도 네 차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클 때였다. 하지만 최근엔 "저는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에 모두 나가지 않았다. 광장은 시민들 것이기 때문"(3월8일) 이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윤관석 공보단장은 7일 "안 후보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이 도를 넘고 있다"며 "사드배치, 개성공단 재개 입장을 바꾸더니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말을 바꾸고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일 센터장은 "안 후보가 중도ㆍ보수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들 특혜취업 의혹을 받고 있는 문 후보도 말바꾸기 논란에 시달렸다. 문준용씨가 2006년 말 고용정보원 서류 접수 마감일(12월6일) 이후인 12월21일 열린 공모전 수상 경력을 이력서에 기재해 의혹이 일자 문 후보 측은 “공모전 주최 측에서 미리 수상 소식을 알려줘 적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주최 측은 수상 결과가 20일 이후에 통보됐다고 밝혔고, 문 후보 측은 “수상 경력을 기재한 이력서는 합격 통보를 받은 뒤에 제출했다”고 말을 바꿨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10년 전 일이라, 준용씨의 기억이 분명치 않았다”고 해명해 혼란을 키웠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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