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맨 신발끈..언젠가 풀리는 이유는?

꽉~ 조인 신발끈. 절대 풀릴 것 같지 않은 신발끈이 어느 순간 맥 없이 풀리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이 의문은 오랜 기간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복잡한 과학 이론에 몰두하면서도 이런 소소한 문제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신발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2006년 세계적 기술 강연회인 테드(TED)였다. 여기서 '신발끈 잘 매는 방법'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신발끈이 풀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국 UC버클리대의 기계공학 연구진이 이 오랜 수수께끼를 해명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영국 왕립학회보 A(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최신호(11일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신발끈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풀리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먼저 사람 다리 모양의 막대기에 러닝화와 조깅화 끈으로 리본 형태의 매듭을 만들었다. 그리고 초당 900장을 찍는 고속 카메라로 어떤 동작을 할 때 끈이 풀리는지 살펴봤다.

신발 끈을 푸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연구 결과 이 '손'은 사람이 걸을 때 발생한 복합적인 힘의 결과물이었다.

연구진은 신발끈 매듭이 발을 땅에 내디딜 때 한번 느슨해진다는 점을 포착했다. 발이 땅을 박차는 순간 신발끈 매듭에는 중력의 7 배가 넘는 힘이 전달됐다.

힘이 한쪽으로 작용하면 반대 방향으로 같은 힘이 작용하는데 땅을 박찰 때 발생한 힘이 신발끈에 가해져 매듭을 헐겁게 한다는 것이다.

앞 뒤로 움직이는 다리 동작도 매듭에 힘을 전달했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다리가 앞으로 향할 때 신발 매듭에는 뒤쪽 방향 힘이, 다리가 뒤쪽으로 갈 때 매듭에는 앞쪽으로 힘이 가해진다. 이 힘이 마치 손으로 신발끈 매듭을 풀 때처럼 끈의 끝 부분을 잡아당기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이 걸을 때 발생하는 이런 힘들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매듭을 느슨하게 만들고 가장자리 팁이 잡아 당겨지면서 신발끈이 풀리는 것이라고 결론냈다.

실험에서는 한 연구원이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달리는 동안 신발끈이 풀려가는 모습을 슈퍼 슬로모션 영상 기법으로 촬영했다. 그러자 완전한 상태의 매듭에 두 개의 강한 힘이 작용하는 것이 포착됐다.

이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틴 그레그 연구원은 "발의 움직임에 따라 신발끈의 매듭에는 힘이 가해지거나 느슨해지는 상태가 번갈아가며 반복됐다"며 "땅을 디디고 회전하듯 뒤쪽으로 밀어내는 두 가지 힘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해 매듭을 느슨하게 만들고 가장자리 팁이 잡아당기면서 신발끈을 풀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풀리는 신발끈은 없다

그렇다면 신발끈을 극단적으로 강하게 조여 안 풀리게 할 수는 없을까.

연구 결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신발끈을 이용해 실험을 했지만 결국 모든 신발끈이 풀린다는 결론을 얻었다.

기계식 발과 다리를 사용한 후속 검사를 통해 풀리기 어려운 종류의 신발끈도 있지만, 절대로 풀리지 않는 신발끈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연구진은 "끈 없는 운동화는 몰라도 끈이 있는 운동화는 언젠 가는 풀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