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문가들 "과장된 4월위기설..정부가 불안 자초"

조현호 기자 입력 2017. 4. 13. 09:45 수정 2017. 4. 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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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엄중함 인식”→“과장된 평가” 널뛰기 … “가짜뉴스 외신 내신 주고받으며 위기 증폭”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조기 대선정국에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4월 위기설이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우리 정부 책임론도 제기된다.

북한 폭격 등 4월 위기설은 지난 9일 칼빈슨 항공모함이 방향을 틀어 한반도 쪽으로 오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부터 증폭됐다. 주요 언론들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 장관이 11일(현지시각) “칼빈슨호를 그곳에 보낸 데는 특별한 신호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갑작스런 방향전환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왜 미리 칼빈슨호의 항로를 공개했느냐’는 질문에 매티스 장관은 “칼빈슨호는 애초에 훈련 참가를 위해 어떤 방향(호주)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훈련에서 우리의 역할을 취소했고, 그래서 공개하게 된 것”이라며 “칼빈슨호가 왜 그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지를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금 시점에서는 그것이(한반도 쪽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나은 조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칼빈슨호가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있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미국의 4월 북폭설은 계속 확산됐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애초 ‘엄중함을 인식한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가 하룻만에 ‘과장된 평가에 현혹되지 말라’라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 했다는 점이다.

▲ 지난달 20일 오전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국방부 기자브리핑을 보면, 아래와 같다.

-연합뉴스 영문뉴스 기자 : “칼빈슨 Strike Group이 한반도 인근에 다시 왔다는, 다시 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좀 이례적으로 보이는데 어떤 의의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상균 대변인 : “미 태평양사가 미국 시각으로 4월 8일에 ‘칼빈슨 항모강습단을 기 계획된 목적지인 호주가 아닌 서태평양 지역으로 전개했다’라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것으로 지금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기자 : “정부에서, 국방부 측에서도 이게 직·간접적으로 북한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계신 건가요”

=문상균 : “전체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도발, 특히 핵실험이라든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들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라는 차원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하룻만인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문 대변인은 다소 다른 답변을 했다.

-기자 : “그러면 현 단계에서 국민들 걱정이 많은데, 선제타격이나 이런 가능성이 당장 현 단계에서는 낮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까?”

=문상균 대변인 : “최근 SNS 등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과장된 평가에 대해서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를 드립니다.”

12일 있었던 통일부 브리핑에서도 정부는 걱정할 것 없다고 강조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한반도 위기설’에 대해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배치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억측들이 많지 않습니까”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서 지금 한반도에서도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고, 특히 칼빈슨호라든지 다른 전략자산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한국과 미국이, 또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런 상황관리를 하기 위해서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대북 안보 전문가들은 4월 위기설이 과장된 것인데도 왜 정부가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체로 지금 4월위기설의 실체가 많이 드러난 것 같다”며 “과장된 부분이나 심지어 가짜뉴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설의 가장 핵심이었던 칼빈슨함의 이동과 관련해 “매티스 미 국방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나왔듯이 칼빈슨함의 방향전환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고, 훈련 참가하러 갔다가 취소되는 바람에 온 것이지, 북한 때문인 것은 아니라는 취지”라며 “이로써 적어도 칼빈슨함의 북한 폭격 우려는 풀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도 며칠 간 국방부는 왜 통보받지 못한 것인지, 통보 못받았어도 문제지만, 받고도 분명하게 국민들에게 얘기하지 않은 것이라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위원(정의당)은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가짜뉴스와 찌라시가 만들어낸 황당한 사태”라며 “심지어 일부 대선 후보마저 편승하는 등 한마디로 한국사회의 비정상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위기라고 할 만한 조짐이라고는 미중 정상회담이 깨진 것과 미국의 시리아 폭격, 칼빈슨 함 온다는 것 뿐이었는데, 이것이 한국의 대선 판을 흔들어놨다”며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도 못한다. 4월 북폭설이 워낙 황당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부풀려서는 안된다는 정부(국방부) 반응까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위기상황인지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북한이 4월에 핵실험을 감행하면 트럼프가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겠으나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다”라며 “전쟁 위기처럼 보이는 미국의 전략적 자산 배치는 북한을 향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억제하기 위한 ‘요구’의 메시지일 뿐 이것 자체가 전쟁위기라는 것은 대단한 비약”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긴장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전쟁위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교수도 “4월위기설은 근거가 없다. 늘 위기였기 때문”이라며 “최근 몇 년간 늘 위기였다. 아무런 완충공간이 없다. 대화도 끊어져있고 접촉도 없고. 개성공단도 끊어져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이런 4월북폭설과 같은 가짜뉴스가 통용될 수 있는 국면 자체가 문제”라며 “남북관계와 북핵문제가 악화돼 있다 보니 불안감을 갖게 되고 가짜뉴스까지 겹쳐지니 위기설로 증폭된 것 같다. 이를 극복하려면 남북관계와 북핵 악화와 같은 근본적인 위기 상황을 우선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타격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철 교수는 “그런 검토는 이미 미국에서 많이 했다. 한국전쟁 이후 수십번 했던 것”이라며 “그 결론은 폭격후 시간이 지나면 피해상황이 더 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펜타곤(미 국방부)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가능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종대 의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안정돼 있지 않고 충동적”이라며 “보통 미 대통령들이 정권 초기 과시욕이 컸다. 트럼프는 성격적으로도 대외정책에서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렇다고 그것이 곧 전쟁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을 결정할 때 과연 한국정부와 상의할 것인지, 우리 의견은 묵살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지난 11일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한반도에서 실질적인 군사작전을 한다면 한국정부와 협의를 하거나 동의를 받아야 되는, 동의가 없이 그게 가능한 것이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해서 굳건한 한미연합 방위태세 하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변인은 동의라는 말을 절대 쓰지 않았다. 그는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에 다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제가 거기에 대해서 직답을 하진 않는다”고까지 말했다.

▲ 11일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 사진=정부 e브리핑 갈무리
다른 기자는 1994년 미국이 북한 영변 폭격을 접은 이유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완강한 반대가 아니라 펜타곤 자체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들어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어떤 최후의 선택을 고려한다고 했을 때 우리 정부는 결과적으로 좀 어떻게 보면 반강제적 혹은 할 수 없이 따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며 “충분히 한미 간에 협의를 통해서 한반도 방위에 대한 문제는 그런 공조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1994년도 상황은 그 당시의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예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북 폭격과 같은 결정에 대해 문 대변인은 “모든 사안은 한미국가통수체계에 의해서 협의를 통해서 진행이 된다”며 “그것이 한미동맹의 기본정신”이라고 주장했다. 동의도 아니고, 합의도 아니고 협의라는 것.

김연철 교수는 “검토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여기가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실행은 한국과 상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의구심이 나오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고,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 의사를 묻거나 절차를 밟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받은 사드배치 문제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일부 신문들이 "식지않는 4월 위기설"(동아일보), “미 의회 ‘김정은 제거 후 대책’ 공개 언급”(조선일보) “트럼프발 안보대선”(중앙일보) 등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안보불안 탓”이라며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안보불안이 왜 초래됐으며, 원인이 뭐고, 구조가 뭔지 보도해야 한다. 불안의 원인은 무능한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총들고 나가 싸우겠다’고 한 문재인 후보의 발언과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변한 안철수 후보의 태도를 두고 김종대 의원은 “안보분위기에 편승해 안보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보수표에 노골적 러브콜을 보내며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개그콘서트 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지도자라면 총을 들고 나가기 보다는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의연하게 관리하면서 국민을 보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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