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수면 위에 오른 기본소득

정영일 우경희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 4. 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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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머니투데이 정영일 우경희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the300]종합]

'재벌회장에게 용돈?' 오명벗은 기본소득, 본선에선 어떤 활약할까





기본소득은 이번 대선에서 정책 '시민권'을 얻었다. 좌파, 더 나아가 공산주의적 정책 아니냐는 오해에서 벗어났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0%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기본소득은 흔히 좌파정책이라고 생각하지지만 복지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우파적 뿌리를 갖고 있다. 유럽 선진국에선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선호 정책 2위 꼽혀 = 기본소득이 대선의 한 단면을 규정하는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잡은 것은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더리더의 의뢰로 지난 2월11일부터 3일간 진행한 대선주자 정책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시한 '기본소득'이 16.3%로 2위를 기록했다. 문화일보가 지난 4일 공개한 서울대 폴랩 공동 유권자 정책 성향 조사에서도 기본소득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77.4%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찬성의견은 진보(81.8%)와 중도(80.8%) 보수(65.8%)를 가리지 않고 높은 응답 수준을 나타냈다.

이재명 시장은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본선에 오른 후보들 사이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진행중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동수당과 청년수당을 도입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각각 초중고교생과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조건없이,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 성남시가 추진했던 청년수당(만24세 대상, 연간 100만원 지급)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년'(만 24세) 이라는 인구통계학적 기준을 사용해 기본소득으로 분류가 된다. 최소한의 행정비용 만으로 대상자가 파악이 가능한 경우 기본소득의 범주안에 넣는 것이 학계의 분위기다.

성남시의 경우 청년 수당을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성남시는 한해 113억원을 지급해 207명의 취업유발 효과와 192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113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생애주기별로 전 계층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의 효과로 꼽히는 것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 '송파 세모녀 사건'처럼 복잡한 복지제도의 틈에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제대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달비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 낙인찍히는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효과도 있다.

반면 세금부담이 늘어나거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노동활도을 하지 않고도 일정액의 소득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 소득에 안주하게 돼 근로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린 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 과정에서 전체 복지급여 수준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빨갱이 정책? 뿌리는 우파=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흔히 좌파적 정책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 밸리의 많은 CEO들은 기본소득을 지지한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는 "아이폰과 페이스북의 새로운 경제는 대중의 풍요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 모두에게 현금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유주의 전통의 경제학자들 역시 기본소득을 주목한 바 있다. 하이예크는 1979년 자신의 저서 '법, 입법 그리고 자유'를 통해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해 "개인이 그가 자라난 특정 소규모 집단의 일원임을 자세히 증명할 필요 없는 '위대한 사회'의 필수 요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앙부처 차원에서 가장 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인 국가는 핀란드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시험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스위스는 모든 성인에게 성인 약 300만원(2500스위스프랑)을 지급하고 아동에게 약 75만원(625스위스프랑)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1974년에는 캐나다 저소득 지역 '다우핀'에서 기본소득을 시행한 바 있다. 미국의 알래스카주는 모든 주민에 매년 2000달러(약 273만원) 지급 중이다. 또 실리콘밸리의 벤처회사 Y-컴비네이터는 100개 가정에 매달 조건없이 1000~2000달러 지급하고 있다.

기본소득 논란의 핵심 '전달비용' 얼마나 될까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핵심논리는 '전달비용'이다. 북유럽 선진국의 경우 다양한 복지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책이 복잡해질수록 복지 대상자를 선정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더 생긴다는 주장이다. 모든 국민에게 일괄지급하는 기본소득이 효율성 면에서 뛰어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복지국가 수준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 다만 이미 각종 복잡한 복지제도가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은 유효하다. 감사원 '복지전달체계 운영실태'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에는 16개 중앙부처에서 총 292개의 복지사업을 수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약 4만개의 복지사업이 진행중이다. 2013년 5월 현대리서치연구소의 복지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복지업무 불만족 사유로 응답자의 84.3%가 '지나치게 많은 복지사업수'를 꼽았다. 41%는 수급기준 등 사업내용이 복잡하다는 것을 꼽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요 복지정책 가운데 전달비용을 단순 계산해봐도 인건비가 사업비의 20%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긴급복지의 경우 지난해 연말 기준 잠정 지급액이 108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앙부처 인건비 7억1000만원, 시도 기준 소관과 공무원 인건비는 23억2000만원이었다. 전체 지급액의 22.2%를 차지했다. 장애인 연금 역시 지급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3.1%수준이었다. 양육수당(1.9%) 기초생계급여(0.7%) 기초연금(0.2%) 순이었다. 물론 단순한 추정 수준의 숫자지만 전달비용의 존재를 엿볼 수 있다.

제도가 복잡하다보니 복지예산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누수되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1월~2013년 5월까지 부실한 제도 운영으로 7000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구축했지만 기존의 자료를 별도의 검증없이 그대로 이관받아 이미 사망한 116만명을 생존한 것으로 잘못 파악했고 이 가운데 32만명에게 모두 639억원이 지급됐다는 것이 당시 감사결과 적발되기도 했다.

기본소득의 경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일부 인구통계학적인 기준만을 사용해 현금으로 일괄 지급하는 것인만큼 전달비용을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전달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복지사와 일선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새로운 복지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설 경우 더 효율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돈 더 주면 애 낳을까, 기본소득공약 봇물

소득보장과 공공인프라 확대를 주장하는 각계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소득보장과 공공인프라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대선, 돌봄사회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2017.4.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주요 대선주자 캠프에서 기본소득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런저런 변수를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현금을 쥐어주자는건데 즉효 처방이라는 지지와 동시에 예산확보 방안이 불투명한 포퓰리즘성 공약남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아동수당 공약을 검토 중이다. 캠프 내 인사가 0~6세 대상 첫째는 월 10만원, 둘째는 월 20만원, 셋째는 월 30만원 지급 방안을 언급했는데 문 후보 본인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에 대해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공약"이라고 했다. 검토 단계란 의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기본소득 성격의 보편적 복지에는 원칙적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아동수당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전체 수당 규모를 늘리는 데는 부정적이다. 다만 현재 지급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을 손봐 저소득층은 최대 두 배로 늘리고 최고소득층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모두 월 10만원의 수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유 후보는 초중고교생까지 모두 월 10만원씩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놨다. 심 후보는 지급대상을 아동으로 한정하는 대신 어린이 무상의료 도입 등 기타 복지혜택을 곁들였다.

청년수당과 노령연금 인상 공약도 다수 공개됐다. 문 후보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자기계발을 돕기 위해 월 3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심 후보는 청년 1인당 1000만원 규모의 사회상속제를 제안했다. 상속증여세로 들어오는 돈을 그 해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나눠주는 내용이다.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문 후보가 현행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금액을 인상하고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80%로 대상을 확대하는 공약을 확정했다. 유 후보는 소득하위 50%를 대상으로 수급액을 차등인상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금액은 유지하되 지급 대상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돈이 건너건너 지급되는 게 아니라 직접 계좌에 입금된다는 게 기본소득의 차별점이다. 복지사각지대가 곧바로 줄어들고 선별적 복지제도에서 나타나는 낙인효과 등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쏟아지는 기본소득 공약을 뒷받침할 예산확보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자칫 말 뿐인 공약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예컨대 문 후보의 아동수당 공약은 연 5조원 이상의 예산을 필요로 한다. 당장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규모다. 심 후보의 사회상속제는 상속증여세 세수를 쓴다는 내용인데 지금까지 그 세수가 투입돼 온 예산 항목은 삭제될 수밖에 없다. 순감분 충당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기본소득 확대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상황에 따라 세율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근로의욕 상실과 복지제도 축소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일 우경희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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