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동하 "배우는 '유명', '무명' 없어요"

부수정 기자 2017. 4. 1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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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배우 동하는 KBS2 '김과장'에서 박명석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AND엔터테인먼트

KBS2 수목극 '김과장'서 박명석 역 맡아 호평
"인기 연연하지 않아…연기 잘하는 배우 꿈꿔"

꿈이 없던 한 소년은 중학교 1학년 때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2004)을 보고 생애 첫 꿈을 꾼다. '영화 속 배우 류승범처럼 관객들을 사로잡아야지.'

이후 연기 학원에 다니다 예고 시험을 일주일 앞둔 어느날, 사고로 신장이 찢어져 병원에 실려간다. 위험하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이 소년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집념으로 시험을 봤다. 결과는 낙방. 3년 동안 준비한 '예고 진학'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다.

그래도 소년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2008년 KBS2 '그저 바라보다가'로 브라운관에 첫 데뷔한 그는 이후 연극 무대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왔다.

'쓰리데이즈'(2014), '기분 좋은 날'(2014), '라스트'(2015), '화려한 유혹'(2015), '뷰티풀 마인드'(2016)를 거친 그는 최근 종영한 KBS2 '김과장'을 만나 '대박'을 터뜨린다. 극 중 TQ그룹 운영 본부장 박명석 역을 맡은 배우 동하(본명 김형규·25) 얘기다.

KBS2 '김과장'에서 박명석 역을 맡은 동하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AND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김과장'은 10% 후반대 시청률로 인기를 얻었다.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무엇보다 '김과장'엔 '연기 구멍'이 없다. 톡톡 튀는 캐릭터들이 브라운관에 날아다녔다.

'얄미운 금수저'였다가 개과천선한 박명석으로 분한 동하도 마찬가지였다. 동하는 박명석을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동하를 '멍석이'라고 부르며 예뻐했다.

생애 첫 포상휴가를 다녀 온 동하를 11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났다.

동하는 필리핀 포상휴가에서 배탈이 나 인터뷰 전날 응급실 신세를 졌다. 그는 이번 주까지 총 38매체와 인터뷰한다. 그는 "이렇게 많은 매체와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라며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종영이 시원섭섭하다"며 "음식점 같은 곳에 가면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신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행동과 처신을 바르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방송 전 '김과장'은 100억 대작인 SBS '사임당, 빛의 일기'에 밀려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미있는 이야기로 화제가 됐다. 동하도 예상 못한 반응이었단다. "욕 먹을 거라 생각해서 각오 단단히 했어요. 다들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늘 하던 연기였는데 '김과장'에선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

KBS2 '김과장'에서 박명석 역을 맡은 동하는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배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AND엔터테인먼트

'뷰티풀 마인드' 감독과 연이 닿아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동하는 처음엔 재준(김강현) 역으로 오디션 봤다. 그러다 감독이 '너한테 딱 맞는 역할'이 있다며 박명석을 추천했다. 귀여운 '멍석이'는 이렇게, 우연찮게 탄생했다.

캐릭터를 밉지 않게 그려낸 건 동하의 능력이다. 그는 "소신껏 열심히 연기했다"면서 "명석이와 친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업, 좋아하는 색, 상처, 행복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대사는 단지 외우는 게 아니라, 명석이가 '하고 싶은 말'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명석이의 인기 덕에 동하의 분량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났다.

명석이는 경리부에 속하면서 개과천선한다. 그는 "경리부 식구들이 내게 먼저 다가와서 예뻐해 줬다"며 "선배들 덕에 편하게 연기했다"고 했다.

남궁민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김과장'의 깨알 재미였다. "연기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어요. 궁민 선배는 선배와 후배의 경계선을 없애주셨어요. 후배들한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었죠. '나도 궁민 선배처럼 돼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김과장'에게 팔을 꺾이며 당하는 장면이다. 드라마 클립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명석이의 심경을 담은 마지막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고. 5일 동안 한숨도 안 자고, 집중하며 찍은 장면이다.

KBS2 '김과장'에 출연한 동하는 "남궁민 선배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KBS2 '김과장' 화면 캡처

탄자니아어 연기는 단연 화제였다. '탄자니아어를 이렇게 재치 있게 소화할 배우는 동하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장면이다.

처음엔 영어 대사였는데 입에 잘 안 붙어 고민 끝에 유튜브 영상을 보고 30분 동안 탄자니아어를 연습했다. "어색하면 안 되잖아요. 배우가 진짜로 해야 시청자들도 연기를 진짜로 봅니다. 탄자니아어가 반응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위험한 도전이었는데...하하."

결말에 대해선 "후회는 없고, 최선을 다해서 만족한다"고 했다.

앞서 동하는 명석이가 인생 캐릭터라고 밝힌 바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작품 할 때마다 모든 캐릭터가 인생 캐릭터"라며 "사실 '김과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도 덤덤하다. 자만하면 안 되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으로 많은 팬을 얻은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배우는 "SNS를 해볼까 했는데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동하는 벌써 연기 10년 차를 훌쩍 넘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우'라는 한 우물만 판 그는 지난 2015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꿈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연기하고, 무대에 서고 싶다고 울면서 기도할 정도로 연기가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절실함이 오롯이 느껴진다.

KBS2 '김과장'에 출연한 동하는 "센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KBS2 '김과장' 화면 캡처

그는 또 "기회만 된다면 연극 무대에 또 오르고 싶다"며 "무엇보다 무대를 마친 후 관객들의 박수를 받을 때 너무 뿌듯하다"고 웃었다.

지금처럼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기 전 포기하고, 힘들었던 적은 없었을까 물었다. 심지 굳은 답변이 돌아왔다. "배고파서 힘들었던 적은 있지만, 연기하면서 힘든 적은 없어요. 전 마냥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배우에게 '유명'과 '무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타나 연예인이 되려고 하지도 않았고요. 전 연기할 때 정말 행복하고 좋아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연기 못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름이 알려지면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지요."

해보고 싶은 캐릭터로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이 맡은 잔인하고, 센 역할을 꼽았다. 초능력자도 하고 싶단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않은 걸 연기를 통해 간접경험하는 게 짜릿하다는 이유에서다.

차기작은 SBS 새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다. 극 중 현수 역을 맡아 지창욱, 남지현과 호흡한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싶을까. 단단한 청년은 "특별한 목표는 없다"고 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요.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배우, 그리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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