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의 팩토리] 4월 북폭설..생각보다 현명한 트럼프

윤석민 대기자 2017. 4. 13.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스1) 윤석민 대기자 = 미국이 시리아 아사드 정부를 처음으로 공격했다. 6년째 접어든 내전은 물론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로부터 아들 바샤르로 세습된 시리아 독재정권에 대한 직접 타격은 처음이다.

이번 공격은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군사행동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워싱턴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의 국방책은 그의 여타 어젠다처럼 애매모호하다는 평가가 일색이었다. ‘국방력은 강화하되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이율배반적 모순으로 차 있다.

7일(현지시간) 새벽 미 해군 구축함이 지중해 동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미국 해군 홈페이지) © News1

결과는 역시였다. 그의 성향대로 ‘묻지마’ 전격 타격도 불사함이 과시됐다. 그의 전쟁 참모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왜 전장서 ‘미친 개(mad dog)’로 불렸었는지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간 세계 1위 군사대국이면서도 여러 고려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듯한 이전 미국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의 ‘강한 미국’ 공약에 환호한 지지자들로서는 ‘악인은 지옥으로’라는 너무나 미국적인 ‘하이눈(highnoon)’ 응징에 열광할 법하다.

명분은 충분했다.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다. 더구나 아사드 정부는 2013년 보유한 화학무기 전량 폐기에 합의한 직접 당사자다. 해체 작업에는 미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도 투입됐다. 이를 수행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그해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악화되는 내전 상황서 화학무기 사용 의혹은 번번이 나타났다. 다만 사용주체에 대한 규명 논란과 얽힌 국제사회의 셈법에 규탄은 있었지만 늘 책임은 우야무야로 끝났다.

이번엔 달랐다. 지난 4일 화학무기 공격이 있은 지 3일 만인 7일(미국 시간 6일 밤) 공격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들이 날아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사드가 ‘선’을 넘었다 경고한 지 채 하루 안된 시점이다. 지중해상 미 구축함 ‘포터’와 ‘로스’ 등 2척서 모두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다발로 발사됐다. 공격에 걸린 시간은 단 4분. 짧지만 대량 정밀타격에 활주로와 항공기 등 기지는 순식간에 초토화됐다. 아사드 정부를 군사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사전 통보가 있어서인지 최소한의 인명피해는 그나마 다행이다. 주체 규명에만 몇 달을 질질 끌던 전례와는 너무도 다른 트럼프식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폭격을 알리며 “학살 중단에 모든 문명국가가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크루즈미사일 정밀타격에 초토화된 시리아 공군기지 @AFP=뉴스1

하지만 그의 막무가내 응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러시아 등은 시리아 아사드정권 퇴출이 이라크, 리비아 등지의 혼란을 재연시킬 것으로 경고해 왔다. 실제 사담 후세인, 무아마르 카다피 등 한 시대의 ‘안정판’들이 제거된 후 역내 혼란은 극대화됐다. 이 가운데 아사드가 사라진다면 현 시리아의 국가 해체를 넘어 파장이 이웃 터키, 러시아 등지로 걷잡을 수없이 번질 우려도 없지 않다.

국제역학관계서 한 동인(動因)은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이다. 사라예보에서 울린 한발의 총성이 1차 세계대전을 유발할지 당시 아무도 몰랐다. 때문에 자칫 ‘판도라 상자’를 열지 모를 액션은 애초부터 펼치지 않는 것이 상수다. 이의 전형이 전임 버락 오바마 미행정부였다. 이상주의적 판단과 몸사림이 사태만 악화시킨다는 비난을 키웠다. 미국 대사의 죽음마저 불렀던 리비아의 경우 대선 내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결국 민주당 정권의 재연장은 날아갔다.

트럼프의 공격이 아사드 정권의 완전 제거를 목표로 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을 위시한 시아파의 반발이 우려되는 위험한 도박이었음은 분명하다. 수니계 이슬람국가(IS)의 준동으로 가득이나 어지러운 판국에 자칫 기름을 붓는 자멸행위가 될 개연성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떤 계산이었을까. 미국이 힘의 과시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니셔티브를 장악할 수 있게 된 점이다. 그동안 미국은 시리아, IS 등 중동사태에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종(從)의 관계였다. 하지만 미사일 59발로 한순간에 주(主)역이 됐다. 재개될 시리아 평화협상서 레버리지를 키운 미국의 중량감을 더할 전망이다.

이보다는 국내적 요인서 상황을 보는 관점이 많다. 그의 공약인 정의롭고 강한 미국을 과시함으로써 취임 100일을 앞두고 유례없이 낮은 지지율을 만회할 한방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발목을 잡는 ‘러시아 커넥션’을 잠재울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로맨스로까지 표현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연분과 속속 드러나는 측근들의 러시아 유착 의혹은 자칫 그의 탄핵마저 부를 악재로 위세를 더해왔다.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입맞춤 벽화. © AFP=뉴스1

이 가운데 시리아 때리기로 인한 러시아와의 ‘적절한’ 갈등 구조는 그의 스캔들을 식히기에 좋은 정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면 “푸틴과 사전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는 개인적 생각이 들 정도이다. 미국판 러풍(風)격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쳤다면 트럼프는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앞뒤 재지 않는 불안정의 아이콘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리고는 시리아 타격 첫날 시장을 뒤흔든 것처럼 그로 인한 불확실성은 글로벌 전반에 계속 음영을 드리웠을 터이다.

놀라운 점은 이세돌도 아닌 그가 두세 수 앞을 더 내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절묘한 타이밍이 이를 입증한다. 트럼프가 시리아를 타격한 시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자신의 초호화판 마라라고 리조트에 초청해 상견례를 겸한 만찬을 가진 직후다.

시진핑앞에서 아사드를 보란 듯이 때린 것은 중국의 묵인과 비호 속에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을 키워온 북한 김정은을 직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김정은의 도발을 막든지, 이를 잘 이행 안하거나 못하면 미국이 직접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위해 보였다는 관측이다. (공교롭게도 김정은은 얼마전 이복형 김정남을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로 암살했다.) 실제 트럼프는 이어진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점을 설명하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북한 태양절(김일성 생일·15일)을 앞둔 또 한차례의 도발 가능성과 미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의 한반도 재배치 등으로 인해 위기설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의 군사행동이 실제할 것인지는 가정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질문이다. 다행히 대다수 전문가들도 한반도와 시리아의 다름을 들어 현 시점서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거의 0%, 낮게 판단한다.

이제까지 파악한 트럼프의 성향도 이를 반영한다. 비록 트럼프 정부가 막지(莫知)는 하지만 무지(無知)는 하지 않다는 점이다. 적절한 블러핑과 베팅을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비즈니스맨다움이 그의 전략에 녹아 있다. 비즈니스맨은 서로 손해날 판깨기는 절대 안 한다. 고조된 ‘4월 북폭설(說)’이 설로만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bello@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