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70년 동안 61번 고친 정부 조직

김석주 선문대 국제관계·행정학부 교수 2017. 4. 13.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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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선문대 국제관계·행정학부 교수

1948년 이후 70년간 무려 61차례의 정부 조직 개편이 있었다. 대부분 기존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의 기능을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월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개편 논의도 부처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하드웨어적 개편을 예고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총괄했던 정보통신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아예 해체됐다. 정보산업은 지식경제부, 통신 인프라는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 콘텐츠 등 미디어는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정보화는 행정안전부 등으로 기능이 분산됐다. 그러더니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보통신기술 업무에 과학 업무를 통합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의 분리, 정보통신기술과 방송·미디어 기능 통합 등이 거론되며 미래창조과학부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 조직 개편의 목적은 정부가 수행하는 분야별 업무를 선제적,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다. 그런 개편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간의 부처 기능 통폐합식 조직 개편이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철학도 없이 물리적 기능을 통폐합해 신설한 부처가 관련 업무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은 금융위기, 기후변화, 재난·재해,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등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현안 대부분은 개별 소관 부처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여러 부처가 융·복합적인 협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 조직을 통폐합한다고 해서 부처 간 정책적 협력이 유인되지는 않는다. 부처 기능의 물리적 통폐합이 정책 효율성을 개선하기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공무원의 소속감과 조직 충성도를 떨어뜨려 더 큰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곤 했다.

서울 세종로정부종합청사 격자무늬 정문 너머로 청사 건물이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DB

유사한 기능을 하는 부처를 통폐합하기보다 새로운 방식의 정부 혁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정부 조직 개편의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그 방향은 데이터 기반의 정부(data-driven government)가 될 것이다.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정책 및 통계 데이터를 전자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연계·통합하여 부처 간, 업무 간 융합 및 협업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IT 강국답게 부처별로 고도화된 전자 정부 시스템과 양질의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각 부처가 보유한 데이터를 전자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통합·분석하여 부처 업무의 정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통합된 데이터를 활용해 일자리 창출, 예산 절감,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가치도 창출해야 한다. 데이터 공유를 통한 정부 조직 개편은 조직 신설을 최소화할 수 있고 부처 통폐합에 따른 공무원의 피로감과 저항감도 줄일 수 있다. 심지어 정부 조직 개편이라고 포장할 필요도 없다. 다만 부처별 양질의 데이터 축적 관리, 부처 간 데이터 활용 및 협력의 극대화, 데이터 기반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유도하는 강력한 전담 조직의 구성은 필요하다.

기존 조직과 제도는 뒤집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단행하는 정부 조직 개편은 더 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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