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34] 운동화 공장 다시 짓는 독일
독일 출신 축구 감독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의 실력 부진으로 그에 대한 경질론이 논의되고 있다. 사실 독일산(産) 슈틸리케 감독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스포츠용품 상당수가 독일 아디다스나 푸마 제품이다. 아디다스는 운동화에서 농구공까지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용품 회사 중 하나다. 그런 아디다스가 얼마 전부터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을 포기하고 다시 독일에서 운동화를 생산하기 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운동화 생산. 기존 경제학 프레임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독일 같은 선진국은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그만큼 원가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나라가 발전할수록 독점 생산이 가능한 최첨단 제품을 개발하든가, 아니면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로 생산 시설을 옮겨 노동력을 아웃소싱해야 한다. 아디다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매년 3억개 가까운 운동화를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생산해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운동화 생산마저도 본질적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독일 내 생산 라인은 수작업으로 몇 주씩 걸리던 운동화 제작을 단 5시간으로 단축했다. 소비자 취향에 맞춰 로봇이 더 저렴하고 더 완벽하게 만들어내니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20세기 글로벌 경제는 사다리 형식의 먹이사슬이었다. 산업혁명을 먼저 이룬 나라들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면 뒤따르던 국가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경쟁력 삼아 선진국들이 포기한 산업을 물려받았다. 뒤늦게 산업화를 시작한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로 무장한 선진국들이 우주선에서 신발, 주전자에서 유람선까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뒤처진 국가들의 산업화와 선진화는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 문턱에서 자포자기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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