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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라인] 우병우 '또 집으로'… '개혁' 도마 위 오른 검찰

입력 : 2017-04-12 19:15:30 수정 : 2017-04-12 22: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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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영장기각 후폭풍
◆“공수처 신설·검사장직선제 도입”… ‘개혁’ 도마 위 오른 檢

12일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개혁 여론이 더욱 탄력을 받는 기류다.

지난해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 제대로 초동대처를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 때문이다. 주요 대선주자들과 정치권, 시민단체도 검찰개혁에 팔을 걷어붙일 태세여서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검찰개혁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다. 행정부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만 전담해 수사하는 별도의 수사기관을 창설함으로써 그동안 청와대 등 권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준 검찰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관련 법안을 보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수뢰, 직권남용, 직무 관련 횡령·배임 등이 수사 대상이다.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한다. 우리 형사소송법 체계의 근간으로 여겨져 온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독점적인 국가형벌권 행사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원칙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 검찰개혁 방안 중 공수처 신설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선화 국회 입법조사관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을 확보하려면 우선 검찰권을 분산해야 하는데 공수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공수처를 법률상의 독립기관으로 하면 문제점이 있으므로 헌법에 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수사권을 둘러싸고 검찰과 대립해 온 경찰 측에선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얘기가 많이 나온다. 현재 검찰은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면서 동시에 직접 수사도 한다. 이에 경찰은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하고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토대로 기소한 뒤 공소유지만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최근 “경찰이 수사하고 송치하면 검찰이 그때 수사 오류 등을 바로잡는 방식이 맞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역시 경찰에도 수사권을 주는 방안에 긍정적이다. 경찰 일각에선 경찰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 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경찰이 모든 영장을 검찰에 먼저 신청하면 검찰이 1차로 심사한 뒤 법원에 청구하고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일부 영장은 퇴짜를 놓는 시스템이다. 다만 이는 영장 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헌법 12조 3항을 고쳐야 하는 개헌 사항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헌법을 고쳐 경찰에도 영장 신청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2015년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근 시민단체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검찰개혁안은 지방검찰청 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이다. 현행법상 검사 인사권은 대통령한테 있는데 그동안 청와대가 이를 무기 삼아 검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다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방검찰청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을 청와대의 발탁이 아닌 지역주민의 선거로 뽑음으로써 정권에 의한 부당한 검찰권 간섭을 막자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국민 직선으로 선출함으로써 검사장이 청와대가 아닌 국민을 바라보며 민주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하게 하고 나아가 검찰권의 민주화와 지방분권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같은 개혁안들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공수처 신설의 경우 불필요한 옥상옥이 돼 수사기관 간 갈등만 유발할 가능성이 크고 수사권·기소권 분리나 경찰에 의한 독자적 영장 신청은 자칫 경찰권 비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수사기구가 아니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며 “이를 위해 검찰총장 임명 절차 개선과 현재 2년에 불과한 총장 임기의 연장 등 개혁안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 상당수 무죄 판결

박근혜정부 내내 검찰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하명사건’의 상당수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전현직 검사들의 부정부패는 과거 어느 정부 때보다 극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이 검찰의 고삐를 바짝 잡아당긴 2015∼2016년 검찰이 수사해 재판에 넘긴 사건은 유독 무죄선고가 많이 나왔다. 이명박정부 시절의 자원외교 의혹을 파헤친다며 시작한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자원개발 비리 수사 도중 2015년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불거진 ‘성완종 게이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수사선상에 올랐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는 친박근혜계 핵심 등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일부는 액수와 함께 적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박 핵심은 쏙 빠지고 비박근혜계인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경남지사만 기소됐다. 그나마 이 두 사람도 항소심의 무죄선고로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오전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귀가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진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사정도 비슷하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군복에 노란 리본을 달아 정권에 밉보인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통영함 비리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검찰이 내게 뒤집어씌운 혐의를 생각하면 기가 차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해에도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잇따라 구속되면서 검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들 중 변호사 개업 이후의 탈세 등 법조비리가 문제가 된 홍 전 검사장과 달리 진 전 검사장과 김 전 부장검사는 현직 시절 기업인한테 뇌물과 접대를 받아 국민적 공분을 샀다. 특히 진 전 검사장은 공직자 재산신고 때 넥슨 비상장 주식을 팔아 126억여원을 번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으나 검찰의 초기 대응은 안일했다.

홍만표 전 검사장(왼쪽)과 진경준 전 검사장.
법무부는 철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보다 그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무마하려는 행태까지 보였다. 여론의 지탄이 거세지자 떠밀리듯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해 수사한 뒤 그를 구속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 사건 때에도 먼저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김 전 부장검사의 금전거래를 파헤치려 하자 갑자기 “사건을 검찰에 넘기라”고 송치 지휘를 내려 ‘제식구 감싸기’ 의혹이 일었다.

최근 ‘박근혜정부 4년 검찰 보고서’를 펴낸 참여연대 박근용 공동사무처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와 검찰이 지나친 유착관계를 맺으면서 정의가 빼앗겼고 결국 검찰조직은 더 나락으로 침몰했다”고 꼬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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