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과 수습 앞둔 세월호, 가늠할 수 없는 운명을 기다리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2일 오후 2시 전남 목포신항 철재부두.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온 '비운의 선박' 세월호는 바다에서 겨우 40m 떨어진 시멘트 바닥 위에 놓여져 있었다.
수만장의 노란 리본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울타리 안에서 육중한 몸체를 뉘인 채 잠들어 있는 듯 미동도 없었다.
부두에 정박해 있던 7만t급 반잠수식 운반선은 보이지 않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입문 절단한 선미 쪽 자동차들 엉켜
인양줄 할퀸 선수 갑판 균열 뚜렷
[한겨레]
12일 오후 2시 전남 목포신항 철재부두.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온 ‘비운의 선박’ 세월호는 바다에서 겨우 40m 떨어진 시멘트 바닥 위에 놓여져 있었다. 수만장의 노란 리본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울타리 안에서 육중한 몸체를 뉘인 채 잠들어 있는 듯 미동도 없었다.
선체 주변에서는 외부 세척을 앞두고 기중기 두 대와 지게차 한 대가 부산하게 움직였다. 기중기는 세월호를인양하는 극적인 순간을 세상에 알렸던 우현 꼭대기의 균형장치(스태빌라이저)보다 더 높이 팔을 빼 들었다. 선체 정리업체인 코리아쌀베지 직원 20여명이 흘러내린 줄이나 천을 자루에 모으고, 물줄기를 쏘아댈 고압 호스를 설치하느라 바빴다. 일부는 하얀 안전모와 작업복 차림으로 33개의 인양빔 사이에 보였다 숨기를 반복하며 선체 아래를 점검했다. 자신의 키보다 10배가 넘는 선체 아래에서 일하는 이들이 마치 개미처럼 작아 보였다. 다들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차고 있었다.
20m 앞까지 다가간 세월호는 곳곳이 깨지고 망가져 처참했다. 선수의 갑판은 인양줄에 할퀸 길이 6~7m의 균열이 생겨 벌겋게 녹이 슬어가고 있었다. 거대한 닻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연결 체인만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갑판의 빛깔은 거무튀튀하고 푸르스름한 부식이 번져 차라리 잿빛에 가까웠다. 선미의 좌현은 침몰 당시의 충격으로 함몰해 움푹 들어간 부분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철제 난간들이 엿가락처럼 휘어 4·5층 데크 사이에 압착된 채 겨우 고개를 내밀었다. 출입문을 절단한 좌현 화물칸에는 승합차와 승용차 예닐곱대가 아무렇게나 뒤엉켜 볼썽사나웠다. 선미에 새겨진 글씨 ‘세월호’와 로고 ‘청해진’은 부식으로 얼룩져 알아보기 힘들었다. 선체 변형으로 휘어지고 뒤틀어진 선미는 맨눈으로 보아도 선수보다 더 기울어져 무너질 듯 아슬아슬했다.
부두에 정박해 있던 7만t급 반잠수식 운반선은 보이지 않았다. 육상 거치를 마치자 전날 7만t급 모선은 중국 상하이로 출항한 상태여서 부두 안벽은 텅 비어 보였다. 선저 쪽 부두에는 임무를 마친 모듈 트랜스포터들이 나란히 도열해 떠날 순서를 기다렸다. 객실 쪽 부두에는 절단한 선미 출입문과 하역한 굴삭기 등이 자리를 잡았고, 운반선 갑판에서 수거한 진흙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날은 바람이 강한 탓인지 선체 부근에 머문 40여분 동안 특별한 냄새를 맡지는 못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선체 내부의 진흙이 썩는 정황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비릿한 갯내음만이 코끝을 스쳐 빠르게 지나갔다.
세월호는 <걸리버 여행기>에서 소인국에 나포된 선박처럼 꼼짝하지 못한 채 가늠하기 어려운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수습자 9명의 숨결과 사고원인을 밝혀줄 비밀을 품은 채….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 [페이스북][카카오톡][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