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5가지 질문
4차 산업혁명이 유행이다.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드 슈밥 회장이 화두를 던진 게 불과 1년 전. 그동안 우리 주위에는 많은 4차 산업혁명 전문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학습바람이 대대적으로 불고 있다. 그런데 모호한 정체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 그리고 허황돼 보이는 미래모습에 대한 의심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 이유는 뭘까. 스스로 되물어 보기로 했다.
질문 1. 4차 산업혁명은 실체인가 허상인가. 허상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렇게 떠드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리콘 밸리에서조차 4차 산업혁명 얘기는 별로 안 들린다고 한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4차 산업혁명은 냄비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한때 크게 유행하는 이슈였으나 수년이 지난 지금 아무런 정책 변화조차 못 만들고 있는 '고령화'나 '국가재난망'. 이슈로만 보면 4차 산업혁명도 이들과 운명을 같이 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5년 내에 가시적 변화가 만들어지면 실체, 그렇지 못하면 허상이 될 것이다.
질문 2. 4차 산업혁명은 혁명인가 진화인가. 혁명이라면 산업생태계에 피바람이 불 것이고, 진화라면 그 변화가 큰 사회적 비용 없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혁명이라면 피바람이 지나간 후 새로운 신천지가 열릴 것이고, 진화라면 조금 더 나아진 세상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괄목할 만한 기술 돌파로 요즈음 인공지능이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기세지만, 우리의 경제사회시스템은 그리 쉽게 바뀌는 물건이 아니다. 아직 혁신기술과 경제사회시스템 간 한판 승부가 남아 있다. 누가 이기느냐는 전적으로 우리가 누구를 응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질문 3. 4차 산업혁명은 목표인가 수단인가. 우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고민한다면 그것은 목표가 되나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가는 길'을 고민한다면 그것은 수단이 된다. 요즘 이루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는 대개 전자에 치우쳐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슨 의미인지, 어떠한 가치를 주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안 보인다. 보이는 것은 그저 스위스 은행 UBS의 4차 산업혁명 국가순위 24위에 연연하는 모습뿐이다. 우리에겐 아직 4차 산업혁명의 혼이 없어 보인다. 최면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이다.
질문 4. 4차 산업혁명은 위협인가 기회인가. 이에 대한 보편타당한 답은 없다. 오로지 상황적 답이 존재할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나 기업에게 그것은 기회임에 틀림없으나, 뒤처진 국가나 기업에게 그것은 큰 위협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맡긴 채, 베끼고 쫓아가고 부화뇌동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전쟁에서 위협을 기회로 바꾸자면 실효성이 있는 빈틈없는 작전이 필요하다.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연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활용할 치밀한 작전계획을 세워두고 있는가.
질문 5. 4차 산업혁명의 손익계산은 무엇인가. 엄밀하게 평가하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한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적 자산인 소프트웨어기술,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 실시간 빅데이터 수집, 처리, 가공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이들 기술분야에서 기업과 대학의 연구 역량, 이들 자원을 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신사업 기획능력, 전세계를 대상으로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과 시장기반, 그리고 이들을 하나의 선단 산업생태계로 조직화하고 통솔할 수 있는 정책적 작전능력, 그 어느 하나 자신있게 내세울 게 없다.
4차 산업혁명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상품과 같다. 크게 베팅해야 그나마 건질 게 있으나, 그것조차 아직은 안갯속에 있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치적 선동도, 대세에의 편승도, 무조건적 지지도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경쟁게임에서 우리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최적의 전략적 포지션을 찾아내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금 우리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자기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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