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법 처벌 운운, 어느 예비군 지휘관의 협박과 모욕

고충열 입력 2017. 4. 12. 15:49 수정 2017. 4. 12. 16: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비군, 최저임금 외에도 인권개선이 시급하다

[오마이뉴스고충열 기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예비군 훈련을 앞두고 꺼낸 전역모와 벨트
ⓒ 김민규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제주도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들에게 강매를 한 것이다. 전투모의 예비군 마크를 제거하거나, 현금으로 사라고 강요했다. 촉박한 출입시간을 고려하자면 사실상 대부분 강매를 당했다. 수많은 예비역들은 분노했다. 며칠 전 나는 전역 후 두 번째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다녀오니 정말 남의 일이 아니더라!

고무링, 허리띠 강매에 군법 처벌 협박

친구들과 함께 학생예비군 훈련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뒤에 조를 구성했다. 이후에 교관 1명이 우리에게 배정되었고 그는 복장 검사를 했다. 고무링과 허리띠 검사인 것이다. 그때 내 옆의 예비군 한 명이 다른 허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관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허리띠를 사라고 강요했다. 그 태도가 사뭇 거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사제품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예비군은 '어차피 군복을 밖으로 내어 입는데 상관없지 않느냐. 게다가 군용만 쓰라고 나오지도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나 역시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었기에 불쾌했다. 나도 옆에서 말했다. 어차피 예비군들이 쓰는 디지털 허리띠도 군장점에서 파는 사제품이 아니냐고. 그러자 교관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눈을 부릅뜨고 이렇게 말했다.

"예비군 지휘관인 저한테 지금 항명하는 겁니까? 예비군법 제6조 제3항에 의거하여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아니면 퇴소당하고 싶어요? 말해 봐요!"

말문이 막히자 법 조항까지 언급하며 처벌을 운운하는 예비군 지휘관. 그러나 나중에 찾아보니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조항과 처벌 자체가 달랐다. 그렇다. 순전히 겁을 주기 위해서 '되는대로 떠든 것'이었다. 결국, 이 예비군은 훈련장에서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허리띠를 구입했다. 내심 불쾌했던지 이 예비군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자 교관은 더욱 황당한 요구를 했다.

"인상 쓰지 마세요. 얼굴 곱게 피십쇼."

이게 '군복 입은 장사꾼'인지, '예비군 교관'인지가 구분이 안 되었다. 점입가경이다. 이때 어슬렁거리며 오던 예비군 중대장의 한마디. 이것이 하이라이트다.

"거, 허리띠가 얼마나 한다고 그래? 젊은 사람들이 참... "

허리띠의 가격은 4150원. 지급되는 학생예비군 훈련비는 도합 7000원. 허리띠가 없는 사람도 아니고, 있는 사람에게 트집을 잡아서 강매를 하는 예비군 훈련장. 그 수준이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사실 중요한 것은 허리띠도, 고무링도 아니다. 바로 방탄모의 턱 끈이다. 훈련 중에 방탄모가 벗겨진다면 큰 문제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더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받은 방탄모에는 턱 끈이 아예 없었다. 같이 온 친구는 급히 근처의 교관에게 방탄모 교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교관은 '그런 것은 없어도 된다.'고 일축했을 뿐이다. 결국, 나를 비롯한 예비군들은 흔들리는 방탄모를 부여잡고 뛰어다녔다. 대단히 불편했고 훈련에 지장도 줬다.

여기서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정말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외면하고, 별것도 아닌 부분만 트집을 잡는 것을. 마치 자신들의 '돈벌이'에 혈안이 된 것처럼 말이다. 차라리 예비군 훈련장에서 허리띠 등을 대여해줬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우리는 예비군 훈련에 대한 신뢰를 갖지 않았을까?

아픈 예비군에게 공개적인 모욕도

웃기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도 목격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특별한 경우에 훈련 열외가 있다. 특히나 산을 타는 훈련이기에 더더욱 위험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체력이 약하거나 지병이 있는 예비군은 열외를 시킨다. 다른 조에서 봤던 A예비군도 그런 경우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는 상태가 나빠 보였다. 얼굴빛은 어두웠고 아픈 기색이 역력했다. 누가 보더라도 열외라고 생각했다. 우리 역시 '저 사람은 어디가 좀 아픈 가봐'라고 이야기를 했을 정도다. A예비군의 조에서도 불만은 없어 보였다. 그만큼 아파 보이니까.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훈련을 감독하던 교관이 A예비군을 부른 것이다. 그러더니 왜 열외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 A예비군은 허리를 다쳐서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교관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군 생활 잘했어? 어느 부대 나왔어?"

누가 보더라도 비아냥거리는 어조였다. 해당 A예비군에게 '군 생활을 못 했느냐'는 듯한 의도가 다분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예비군들이 전부 쳐다보는 상황이었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셈이다. A예비군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모 사단 전차대대를 나왔다고 했고, 허리가 아픈 이유를 밝혔다. 누구라도 정말 부끄러웠을 것이다. 아픈 것은 죄가 아닌데 말이다.

한참 듣던 교관은 '그러고도 군대에 갔느냐'고 빈정댔다. 보다가 너무 기가 막혀서 난 고개를 돌렸다. 내 일이 아니라지만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보고도 나를 포함한 예비군들은 아무도 항의하지 못했다. 교관의 심기를 거스르면 강제퇴소를 당하거나, 훈련이 늦게 끝날 수 있으니까.

예비군 훈련, 최저임금 지급 외에도 인권개선 시급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예비군 최저임금 지급에 대해 대표발의했다. 김종대 의원은 이 외에도 현역병 봉급인상 등을 주장하여 화제가 됐다.
ⓒ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


최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예비군에 대한 최저임금 지급법안을 발의했다. 대다수 예비군들이 오히려 '돈을 쓰는'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키 위함이다. 이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최저임금 기준인 하루 5만1760원을 받게 된다. 이는 정치적 성향을 넘어서서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도 환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 역시 김종대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나는 제안하고 싶다. 최저임금 지급 외에도, 예비군에 대한 인권개선 말이다. 허구한 날 예비군 훈련장은 강제퇴소 등을 언급하며 '갑질'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예비군 훈련장 역시 '작은 사회'나 다름이 없다. 외부에서의 감시가 없다면 얼마든지 부조리와 문제점은 묻힌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싶다. 교관 등의 예비군 지휘관이 '강제퇴소' 등을 들먹이며 권한남용·인격모독을 했을 시, 그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 신설과 그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말이다.

예전에는 예비군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비군 훈련장들이 오히려 '갑질'을 해서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 누구도 갑질을 해서도 안 되고, 당해서도 안 된다.

예비군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애국자다. 그런 이들에게 과연 이런 예우가 옳은가 나는 해당 부처에 따지고 싶다. 예비군이 정말 '국가방위의 핵심'이라면, 그에 걸맞는 예우를 하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