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끌어내린’ 유나이티드 항공, 결국 사과

“승객 잘못 때문”서 입장 바꿔
피해자 베트남계 의사로 확인

비행기에서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승객 잘못이라고 주장하던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이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뒤늦게 꼬리를 내렸다. (문화일보 4월 11일자 22면 참조)

11일 블룸버그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항공 CEO인 오스카 무노즈는 “강제로 끌어내려진 승객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어떤 승객도 이런 잘못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을 바로잡아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며 “회사의 방침 등을 재검토한 뒤 4월 30일까지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발생한 탑승객 강제 퇴거 사건은 승객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항공사 직원에게는 책임이 없다며 버티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는 전날 직원에게 보낸 글에서 승무원들이 규정에 따랐다며 더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었다.

이처럼 유나이티드 항공이 뒤늦게 몸을 낮춘 것은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것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당초 유나이티드 항공이 오버부킹 때문이었다고 밝힌 사유도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과 시민들의 질타는 물론 백악관까지 우려를 표명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을 처리하는 과정은 명백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오버부킹 때문에 승객을 내리게 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루이빌로 가는 자사 직원을 태우기 위해 승객을 강제로 끌어낸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진 아시아계 탑승객 신원은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베트남계 내과 의사로 확인됐다. 그는 환자 진료 때문에 비행기에서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가 강제로 끌려 나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