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공원' 3주기 되도록 부지도 못 정해

2017. 4. 12. 1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ㆍ지켜지지 못한 정부의 약속들… 4·16재단 설립도 감감무소식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안에는 조그마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 있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참사 직후 가족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조감도부터 추모관 안팎의 전시물까지 꼼꼼히 토론해가며 만들었다”면서 “설날 이후 날씨가 풀리면서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준다. 2∼3월 각각 1000명 이상의 추모객들이 찾아주셨다”고 설명했다.

추모관이 위치한 인천가족공원은 인천시가 조성한 묘역이다. 공동묘역이기 때문인지 인천시 부평구에서도 구석진 산 속에 자리잡고 있다. 추모관에 가려면 공원 입구에서 왼쪽 길을 따라 15분가량 걸어야 한다. 공원 입구의 표지판 하나 외에는 이곳에 세월호 참사 추모관이 있다는 별다른 설명도 찾기 어려웠다. 추모관 때문에 공원을 온 사람이 아니라면 추모관의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천가족공원 추모관 한때 전기도 끊겨

추모관 한편에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들의 위패가 담긴 방이 있다. 반대편 방에는 세월호 당일과 이후 진행상황을 재현한 조형물과 전시품들이 있었다. 참사 당일의 CCTV 화면과 희생자들의 유품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추모관 하나 세우는 데 2년이 걸렸다. 인천 세월호 추모관은 참사 2주기인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운영비를 지급하지 않아 9월까지 다섯 달간 휴업 상태였다. 올해 1월에는 정부의 예산 지급이 늦어져 추모관의 전기가 끊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다 못한 유가족들이 추모관 정문에 ‘정부의 무능함으로 추모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란 글귀를 붙이고 여러 언론에서 이 사실을 다룬 이후에야 해양수산부 예산으로 운영비 1억9000만원이 지급됐다.

인천 세월호 추모관에 설치된 세월호 모형. / 백철 기자

정부 운영비 지급 안 해 5달간 휴업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전체가 추모관의 현재 위치에 만족해하는 것도 아니었다.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ㄱ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곳은 진도 팽목항과 세월호가 출발한 인천 연안부두 아닌가. 저도 연안부두에 추모관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추모관 건립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반대하는) 말이 많았다”며 “추모관 건립 이후 유가족들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저희를 위로해주신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차원에서 가족들이 인천가족공원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참사 직후 정부는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약속했다. 참사 이후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자는 여론에 따라 제정된 여러 가지 법 중에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있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피해자 지원과 추모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특별법에 의거해 설립된 국무총리실 산하 세월호 추모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라 인천 세월호 추모관 건립도 확정된 것이었다.

반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세월호 추모공원(4·16 안전공원)이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다. 애초 세월호 추모위원회는 지난해 6월 5차 회의를 통해 추모사업 기본계획에 대한 연구용역을 늦어도 올해 3월에 마무리하고, 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시설물 설계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일정 자체가 늦어졌다. 세월호 추모사업지원단 관계자는 “안산 추모공원의 경우 유가족들은 합동분향소가 있던 화랑공원을 원한다. 하지만 화랑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또 반대를 하고 있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순 없다. 안산시장을 비롯해 지역사회에서 우선적으로 부지를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ㄴ씨는 “3월까지 연구용역이 마무리된다는데 3개월 정도 연장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모공원이 생기면 특별법에 따라 4·16재단이 운영해야 하는데 부지 선정에만 이렇게 시간이 걸려서야 언제쯤 재단이 생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별법은 40조에 따라 세월호 관련 추모시설의 운영·관리를 정부가 출연하는 4·16재단이 맡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4·16재단이 민간재단인 만큼 재단의 구성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세월호 추모사업지원단 관계자는 “재단에 국비가 지원되지만 운영은 민간에서 해야 한다. 재단 설립부터 정부가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 단체가 주도가 되어서 이러한 사업들을 하겠다고 설립 신청을 하면 주무부처에서 이것을 승인하는 것”이라며 “아직 미수습자들이 있다 보니 유가족들도 재단에 관해 논의하기가 좀 그런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추모공원 부지 선정이나 4·16재단 설립에 대해 보다 발빠른 대처를 주문했다. 특별법도 재단을 세우는 것은 정부의 몫으로 보고 있다. 특별법 37조 2항 3호는 4·16재단 선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할 기관을 세월호 추모위원회로 적시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ㄷ씨는 “정부 예산으로 만드는 재단인 만큼 정부에서 어느 정도 틀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유가족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고 자신들은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게 언제나 정부의 태도였다”며 “추모공원 부지 선정에 있어서도 정부는 지역사회의 의견수렴을 이유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유가족들이 갈등의 현장에 직접 내몰리고 있고 3주기가 다 되도록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원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전 위원장은 “인천에도 야당 의원들이 있는데 세월호 인양과 이후 과정 속에서 일반인 유가족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도 평소에는 우리들에게 큰 관심도 안 주다가 3주기처럼 무슨 일이 생겨야만 이렇게 찾아온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세월호 피해지원 특별법은 추모사업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의 법적 근거이기도 하다. 3년이 다 되도록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2015년 1월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특별법 시행 직후인 2015년 4월 1일 세월호 참사 배·보상위원회는 1차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이후 6개월간 피해자들로부터 배·보상 신청을 접수받았다.

세월호 배·보상위원회에 따르면 신청 종료일까지 희생자 신청대상 304명 중 208명, 생존자 신청대상 157명 중 140명이 배상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후 절차를 거쳐 법적으로 정해진 일실수익, 장례비, 위자료를 받았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과거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천안함 침몰 등 대형 사고에 준하는 배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 중에는 배상금을 신청했으면서도 정부의 태도를 불신해 아직까지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2015년 10월 1일 세월호 배·보상 지원단은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이 모두 정부의 신속한 세월호 인양작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배상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배상 결정서를 보냈다.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배상금 등을 받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결정서를 받은 지 1년 이내에 배·보상 심의위원회에 직접 배상금 지급을 신청해야 한다. 미수습자 가족들 중 최종적으로 배상금 신청을 한 6명의 지급 기한은 올해 6월에서 9월 사이에 걸쳐져 있다.

2015년 4월 2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배·보상 절차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유가족이 재단 만들어라” 정부 방관

미수습자 가족들이 배상금을 받지 않은 이유는 이렇다. 세월호 인양 전에 배상금을 받으면 이미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세월호 인양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인양 후에 배상금을 받으면 미수습자 수색을 하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기에 보상 신청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미수습자 가족들이 좀 더 편하게 배상금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월 20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3월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미수습자 가족들의 보상금 신청 기한은 결정서를 받은 이후 1년이 아니라 3년으로 늘어났다.

세월호 유가족 347명과 생존자 가족 77명은 세월호 배·보상 접수가 끝나기 직전인 2015년 9월 정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한 유가족 ㄷ씨는 “소송에 참여한 유가족들 가정은 대부분 나중에 자녀 교육비로 쓰려고 모아둔 적금을 해지해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그래도 살림이 힘들어서 부모 중 한 명은 일하고 한 명은 진상규명 활동을 하고 있어서 거의 가족생활이라는 게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ㄷ씨는 424명의 세월호 가족들이 배상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ㄷ씨는 “소송에 참여한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판결문에 적어서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했다”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등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이 규명되고 정부와 청해진해운이 승객들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이유가 규명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이 너무 느리게 진행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손해배상소송 재판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여가 지난 지난해 11월 22일에야 시작해 지난 3월 21일까지 3차 변론을 마쳤다.

ㄷ씨는 “우리 유가족들은 세월호 침몰과 구조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한 것이지 돈을 보고 온 게 아니다. 소송으로 청구한 배상금도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액수보다 훨씬 적은 1억원”이라며 “우리 유가족들은 보상 문제는 진상규명이 다 끝난 뒤에 해도 된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특별법에 의해 배상을 신청하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신청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