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낙성대 의인' 도우려다.., 김영란법에 '우선 멈춤'

김재섭 2017. 4. 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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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쓸 때 곽경배 기자 수술비와 치료·재활비 지원 주체는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해줘요. 엔씨소프트가 지원하는 게 아닙니다."

곽 기자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수술비와 입원비는 물론이고 재활치료비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도 게임전문기자클럽의 질문에 대한 국민권익위의 유권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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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복지재단,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해 5천만원 지급
법 위반 지적 나오자 "치료비 보태려는건데" 난감
게임전문지기자클럽 국민권익위에 유권 해석 의뢰

[한겨레]

11일 엘지복지재단 남상건 부사장이 곽경배 기자에게 ‘엘지 의인상’과 상금을 전하고 있다. 엘지 제공

“기사를 쓸 때 곽경배 기자 수술비와 치료·재활비 지원 주체는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해줘요. 엔씨소프트가 지원하는 게 아닙니다.”

11일 오후 엔씨소프트 홍보담당자가 다급하게 이런 주문을 해왔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엔씨소프트 소유인데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니, 엔씨소프트가 지원하는 것으로 하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서란다. “벌써 김영란법에 위배되지 않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고도 했다.

노숙인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여성을 구하다 중상을 입은 ‘낙성대 의인’ 곽경배(40) <데일리게임> 기자의 치료·재활비를 지원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친 기업들이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 지적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곽씨가 게임 전문지 기자라 업무연관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곽 기자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서 노숙인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하고 있는 여성을 구하다가 가해자가 휘두른 칼에 오른쪽 팔뚝을 찔려 동맥과 신경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출혈이 심한 상황에서도 시민들과 함께 지하철역 밖으로 도주하는 가해자를 끝까지 쫓아가 몸싸움 끝에 붙잡아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이후 곽씨는 보라매병원으로 이송돼 7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오른팔 동맥과 오른손으로 이어진 신경 6개가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비만도 수백만원이 들었고, 재활 치료만도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곽 기자 쪽은 당장 엄청난 병원비가 부담이다. 가해자가 노숙인이고 가족도 없어 보상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 의사자 지정과 범죄피해자보호법 등 사회안전장치의 혜택을 받는 길이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곽 기자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수술비와 입원비는 물론이고 재활치료비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의로운 일을 하고도 도리어 불이익을 받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엘지(LG)복지재단은 곽 기자를 ‘엘지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상금과 치료비 명복으로 5천만원을 전달했다.

그런데 김영란법 위반 가능성 지적이 불거진 것이다. 엘지복지재단은 “엘지 의인상이 보건복지부에 등록돼 있고, 곽 기자와 엘지는 업무연관성도 없다”고 해명했다. 급기야 곽 기자가 간사를 맡고 있는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도 게임전문기자클럽의 질문에 대한 국민권익위의 유권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은 곽 기자 같은 언론인을 공직자로 간주해, 부정 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기업 등으로부터도 3만원짜리 이상의 식사, 5만원짜리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금을 받을 수 없다. 어기면 준 쪽과 받은 쪽 모두 처벌된다.

법은 엄격히 적용돼야 하고, 사회통념과 맞지 않는다 해도 일단은 지켜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곽 기자의 경우를 두고 김영란법 위반 지적이 나오는 것을 갖고는 ‘육두문자’부터 날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 게임업체 임원은 “자신의 몸을 다치면서까지 사회적으로 귀감이 될만한 의인의 치료비를 지원할 때도 법 위반 여부를 물어봐서 해야 하니, 이 나라에서 살기 참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가 어떤 유권 해석을 내놓을지 기다려진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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