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과기 시민참여 거버넌스 필요하다

2017. 4.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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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종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제 새로운 정권의 시작이 눈앞에 있다. 누가 새 정부를 이끌던지 기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우리의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과학기술 분야의 문제가 그렇다. 예산 투입 확대를 통한 추격중심의 기존 과학기술 발전 전략은 현재의 저성장 경제 구조 속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 중 하나는 과학기술 투입에 대한 효율성 강화일 것이다. 여기서 과학기술 투입의 효율성은 궁극적으로 최종 사용자의 수요에 대한 만족이다. 그리고 사용자 수요에 대한 정보가 정확할수록 과학기술 개발의 효율성은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과학기술 정책은 사용자 수요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전문가 의견에 귀를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연구개발이 실제 시민들이 사용할 것이라는 희망 속에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 개발의 낮은 상용화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변화를 위해 과학기술 정책의 무게 추를 사용자인 시민에게 둬야 한다.

변화에 대한 실마리는 유럽연합의 'CAPS'(Collective Awareness Platform for Sustainability and Social Innovation)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많은 시민들이 느끼는 공통의 해결 수요로서 사회문제를 도출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까지 시민들과 같이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민의 참여 과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모니터링 중심의 사회문제 데이터 수집과 더불어 시민으로부터 직접 사회문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 정부의 지원 하에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 커뮤니티가 개발한 '픽스 마이 스트리트'(Fix my street)가 있다. 픽스 마이 스트리트는 지역주민을 통해 주변 문제들을 수집하고 이를 지방정부에 보내 해결을 요구한 뒤,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이렇게 시민들을 중심으로 얻어진 사회문제 정보들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다시 수집되고, 분석되어 유럽 전체가 해결해야 할 주요 사회문제로 정의된다. 그리고 이들 주요 사회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사업들은 다시 유럽 도시 단위로 경쟁적 공모를 한다. 각 도시들은 이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지역 단위에서 다양한 액터들을 조직화하여 자체 방법론을 기획하고 유럽연합 사업에 응모한다. 여기서 다양한 액터들은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시민 단체, 공무원, 연구개발 단체, 중간지원조직 등이 해결 방법에 따라서 다양하게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은 동일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 복수의 도시를 선택하고 시민 참여를 통해 실험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에 맞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과학기술 정책도 CAPS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 한다. 현재 이들 과학기술 정책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유럽연합의 연구개발 계획인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에서 사회적 도전분야에 가장 많은 예산이 배분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또한, 과학기술 활동에 시민참여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로는 실제 사람이 사는 공간을 실험실로 활용함으로써 연구개발에 시민참여를 이끄는 리빙랩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시민들이 IT기술을 활용해 자신들의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디지털 사회혁신이 정책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로 위에서 기술한 픽스 마이 스트리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아두이노'와 같은 범용기술 개발, 이들을 활용해 일본의 방사능 문제를 확인한 '세이프캐스트(Safecast)' 사례 등이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유럽연합은 시민들의 정책 참여를 통해서 실질적 정책 수요를 사회문제라는 이름으로 도출하고, 이에 대응한 해결방안도 정부와 시민이 함께 개발해 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도 동일한 접근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 정책의 효율성 확대를 위해서는 시민들과 함께 필요한 기술 수요들을 발굴하고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과학기술 정책에 시민참여 확대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과 시스템 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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