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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성. 출처 | 칼리아리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북한 축구가 10대 스타들을 앞세워 새로운 부흥을 노리고 있다. 여자축구 승향심(18)에 이어 이번엔 남자축구에서도 새 별이 등장했다.

1998년 7월에 태어난 공격수 한광성(19·칼리아리)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북한 선수로는 최초로 이탈리아 세리아A(1부리그)에서 득점한 선수가 됐다. 한광성은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칼리아리 스타디오 산텔리아 경기장에서 열린 토리노와의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1-3으로 뒤진 후반 36분 마르코 사우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뒤 후반 추가시간 디에고 파리아스의 왼쪽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넣어 득점했다. 그의 골은 북한 선수가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를 통틀어 처음 넣은 골이다. 북한 여권을 갖고 있는 ‘인민 루니’ 정대세가 지난 2012년 초 독일 분데스리가 1부 FC쾰른 소속으로 5경기를 뛰었으나 득점한 적은 없었다. 한광성이 북한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그는 경기 뒤 “첫 골을 넣게 돼 매우 기쁘다. 구단과 감독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칼리아리에서 잘 지내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고 밝혔다.

잘 빗어넘긴 머리에 얼굴도 잘 생긴 한광성은 지난 2014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에서 북한이 이승우와 장결희 중심의 한국을 누르고 우승할 때 결승전 선제골을 터트리는 등 일찌감치 북한 축구를 책임질 기대주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축구를 배우던 그는 지난 3월 이탈리아 1부 칼리아리와 계약했고 지난 3일 팔레르모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칼리아리에서의 두 번째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북한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뒤 남·녀 축구 유망주들의 성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결실을 맺는 중인데 한광성이 남자축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 여자축구에선 승향심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과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 모두 나서 북한의 두 대회 석권 주역이 된 승향심은 현재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2018년 여자아시안컵 예선에서 기존 스타 허은별(25)을 제치고 성인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출전하고 있다. 남북대결에서 질풍같은 드리블 뒤 한국 골키처 김정미를 따돌리고 골을 넣는 등 북한 여자축구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스트라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축구 유망주 육성은 외화벌이및 체제 선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광성의 경우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면 북한은 매년 수십억원의 연봉을 획득할 수 있다. 북한 축구계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전후로 스위스 에이전트와 손을 잡고 자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적극 추진했다. 스위스 1부리그 로잔에서 뛰는 장신 공격수 박광룡이 대표적인 예다. 이어 한광성의 칼리아리 입단으로 ‘빅리그’ 입성까지 이뤘다. 승향심은 여자 선수라 큰 돈이 되진 못하지만 연령별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성인 무대에서도 이어갈 경우 북한 여자축구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하면서 체제 우월성을 주민들에게 선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변수는 북한을 보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이다. 한광성에 앞서 그의 또래인 최성혁이 지난해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에 입단해 화제를 모았으나 이탈리아 의회가 “최성혁의 입단으로 인한 그의 연봉 북한 유입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방출됐다. 한광성의 경우에도 그가 잘하면 잘할 수록 스포츠와 관계없는 국제 사회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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