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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구속, 혐의 8개 '중대성' vs 쉽지않은 '직권남용'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4-11 05:30 송고 | 2017-04-11 08:16 최종수정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17.4.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검찰이 두 차례 소환 조사 끝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주된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을 입증하기 위해 연인원 50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찰의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의 범죄 혐의 가운데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직권남용'은 처벌 사례가 많지 않은 범죄라는 문제가 있다. 또 법리상 범죄 성립도 어려운 범죄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이 검찰의 영장청구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행위가 지속·반복돼 왔기 때문에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돼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연인원 50명 조사’ 강조하며 강력수사·처벌 의지 표방한 검찰

앞서 검찰은 직권남용, 직무유기와 가족회사 횡령 등 우 전 수석의 범죄혐의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위해 50명에 달하는 인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 했다고 강조했다. 참고인으로 전·현직 검찰 간부 등도 포함돼 있다.
검찰이 수사해 온 우 전 수석의 범죄 혐의는 공무원 부당 인사개입 및 표적 감찰 등 직권남용 혐의와 직무유기 및 국회 국정조사 위증 혐의 등 11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혐의 가운데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을 제외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특검의 수사 내용 외 추가로 인지한 범죄혐의도 영장청구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 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이 추가로 인지한 우 전 수석의 혐의 역시 직권남용일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우 전 수석의 주된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이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했음이 확실한 상태에서도 법리상 ‘직권남용’으로 처벌하기 쉽지 않은 범죄라는데 있다.

◇ '직권남용' … 형량 낮고 처벌 쉽지 않은 범죄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 즉 직무상 권한을 남용할 경우 이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직권남용의 최고 형량은 징역 5년이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법이 정하고 있는 그대로 공무원 신분으로 직권을 남용해야 한다. 문제는 우 전 수석의 전직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의 범위가 법규상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민정수석'의 권한이 어느 정도까지인지가 불명확하다는 얘기다. 직권남용이 성립되려면 직무상 권한을 남용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민정수석의 권한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될 판례도 충분치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우 전 수석의 부당 인사 개입 등은 정당한 '권한'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우 전 수석에 대해 법원은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전문가들은 영장 기각 사유 가운데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를 민정수석의 권한 범위에 대한 해석 관련 사안으로 보고 있다. 

민정수석의 ‘권한’ 범위가 애매모호하다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현행법규상 민정수석의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인 불명확하다”면서도 “민정수석의 주된 업무가 공무원 인사검증과 사정업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누군가를 징계하거나 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도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정수석의 공무원 인사검증 업무를 넓게 해석하면 누군가를 임명하는 것도 되고 누구를 징계하거나 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며 “우 전 수석의 인사개입 등을 직무상 권한 범위 내로 볼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법규상 ‘권한’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도 평소 민정수석의 업무범위에 기초해 직무상 권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사실만 입증한다면 민정수석으로서의 권한 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 우 전 수석 범죄혐의 죄질 나쁜 편 … '범죄의 중대성' 인정 될 듯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우 전 수석이 직권을 남용해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행위는 총 8가지로 죄수(罪數)가 높다. 죄수는 범죄의 개수를 말한다. 이 밖에도 직무유기, 횡령·배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법원은 보통 범죄의 죄수가 높을수록 죄질이 나쁜 것으로 판단한다. 죄질이 나쁘면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 사항으로 삼는 ‘범죄의 중대성'도 인정된다. 

오영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은 범정(범죄의 정황)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죄수가 높을수록 영장심사에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강력 수사와 처벌 의지를 거듭 표명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변찬우 변호사(57·18기)와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53·25기)를 불러 조사했다. 또 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함께 일한 검사들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 스스로도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결과가 정치권의 검찰개혁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검찰이 우 전 수석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50명의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적극적 수사를 했다고 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 전 수석의 범죄혐의와 관련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구속된 마당에 검찰의 명운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상태에서 검찰이 우병우 봐주기를 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열심히 수사해서 증거를 찾아내고 범죄 혐의를 소명했는지는 법원의 영장발부 여부를 지켜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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