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 "4차 산업혁명 관건은 협업.. 차기정부, 강력한 조정력 갖춰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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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록 원장 |
“이스라엘처럼 자원이 없는데 잘사는 나라의 국가운영 방식을 정말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상상(imagination)이 혁신(innovation)으로 쉽게 바뀌도록 해줘야 하는데, 정부의 어느 한 부처나 분야만 움직여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교육 금융 가정, 심지어 국방까지 모든 분야가 혁신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전기협회 빌딩에서 만난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4차 산업혁명의 길’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기술고시 합격 후 공직에 몸담았다가 KT 부사장을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차관까지, 정부와 민간을 오가며 오랜 시간 ‘혁신’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묻어났다.
윤 원장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소프트파워’. 원래 정치학에서는 군사·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에 대비해 정보과학이나 문화·예술 분야에 의한 영향력을 뜻하는 용어지만 윤 원장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뜻하는 말로 쓰고 있다.
“1차(증기기관), 2차(전기·대량생산), 3차(정보화·자동화) 산업혁명은 모두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4차 산업혁명은 그 제품에 지능을 입히는 것입니다. 즉 상상력을 혁신으로 바꿔내는 거지요. 3차까지는 물리적 힘이 중요했지만 4차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 ‘소프트파워’가 핵심입니다.”
윤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 전 분야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차가 잘 달리려면 엔진의 힘, 차체의 무게, 타이어의 공기압, 도로 환경, 신호 체계가 모두 잘 결합돼야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차가 달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각 분야 중 특히 윤 원장은 교육과 투자 분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미래부 차관 재직 당시 교육부와 협업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남이 만든 게임을 하는 데 중독된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쳐 게임을 만드는 데 집념을 가진 아이로 바꿔야 한다고 내내 말했죠. 하지만 또 다른 사교육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혁신 전담 부처가 있다고 해도 다른 부처가 도와주지 않으면 혁신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금융권의 대출과 투자 관행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아파트 담보 잡아 5억 원 대출해주는 일은 어디보다도 잘하지만, 좋은 아이디어에 투자할 줄은 모릅니다. 투자가 아니라 고작 융자만 해주면서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투자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수익이 없을 때 과세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지켜지면 실패는 자연스럽게 용인됩니다.”
윤 원장은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만든 특유의 도전정신 ‘후츠파’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했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뻔뻔함, 저돌성 등을 뜻한다. 이스라엘이 세계적 창업국가가 된 것은 사람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총알이 있으면 일단 방아쇠를 당겨보는 정신 덕분이라는 것. 이스라엘은 일단 총알을 발사한 후 몇 개가 적중했는데, 한국은 실패할까 봐 쏴보지도 못한 채 녹슨 총알이 수두룩한 것이 차이라는 말이다.
구체적 정책도 제안했다. 대표적인 것이 병역과 해외 경험을 결부시키는 것이다. 일반 병사의 병역 1개월당 30만 원 정도를 국가가 적립하면 제대할 때 500만∼600만 원 정도가 쌓이게 된다. 이 돈을 해당 병사가 제대한 후 국가가 정한 개발도상국에서 경험을 쌓는 일을 한다고 신청하면 내주는 것이다. 병역에 대한 보상과 함께 넓은 세상을 보는 시각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윤 원장의 주장이다. 꼭 국가에만 외교 대사를 파견하는 것이 아니라 덴마크처럼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업을 전담하는 ‘디지털 대사’를 두거나 미국 실리콘밸리에 ‘혁신경제대사’를 두는 정책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윤 원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리는 ‘2017 동아 이코노미 서밋’을 통해 주요 대선 주자들 앞에서 ‘소프트파워가 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곧 들어설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것을 묻자 ‘강력한 조정력(coordination)’을 꼽았다. 아무리 정부조직을 잘 짜도 부처 간 상호 조정이 안 되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는 “혁신의 방향은 민간에서 정하고 정부는 뒤에서 강하게 밀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부처 간 협업이 없으면 이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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