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뉴스 판치면 가짜 대통령 나온다

2017. 4. 1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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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조폭''안철수 신천지' 난무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공기에 휩싸여
그제까지 1만8000건 가짜 뉴스 삭제

한 달 남은 대선 캠페인이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공기에 휩싸여 있다. 대통령 후보들의 자질이나 정책, 그들의 인적 자산,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비전에 대한 논쟁은 적다. 대신 상대방을 비방하고 흠집 내기 위해 거짓과 악의로 채색한 언어들이 차고 넘친다.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4월 9일 현재 허위 사실 공표나 음해·비방 등이 확인돼 온라인상에서 삭제된 사이버 위반 행위가 1만8800건이라고 한다. 유튜브 동영상에 특정 후보를 “빨갱이”라고 몰아붙이거나 위키백과에 경선 후보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치인’이라고 조작한 사례가 포함돼 있다. 페이스북·밴드·게시판·블로그는 말할 것도 없고 버젓이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인터넷 언론까지 무차별적 거짓 정보의 서식지로 변질했다.

2012년 대선 땐 사이버 삭제 사례가 7200건이었다고 한다. 4년 새 무려 2.6배로 증가한 것이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또 얼마나 많은 허위 정보들이 세상을 흔들 것인가. 가짜 뉴스의 창궐은 최근 급속히 발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만들어낸 1인 미디어의 부정적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요인은 ‘박근혜 탄핵과 구속’이라는 회오리 상황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선거 이슈를 삼켜버린 것으로 봐야 한다. 두 달밖에 안 되는 짧은 선거 기간에 조급해진 후보들이 이미지 전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선거판의 저질화(低質化)를 심화시키는 선동적 거짓 뉴스가 폭증하고 있다. ‘문재인 조폭’ ‘안철수 신천지’ ‘안철수 천안함’ 같은 흑색선전물이다. 이들 검색어를 치면 문재인 후보와 지역 JC(청년회의소) 인사들이 찍은 사진이 나오고 그 안에 조폭이 있으니 문 후보가 조폭과 연결돼 있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이 전개된다.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 강원도당엔 수백 명의 신천지 교인이 가입했다는 ‘아니면 말고’식 주장과 함께 “국민의당은 신천지당으로 탈바꿈하려는가”라는 기괴한 질문도 있다.

이런 저질·막장형 정보의 상당수는 뉴스 조작 전문가들이 만들어낸다. 선동적인 소식이 등장하면 클릭 수와 속보 경쟁에 사로잡혀 일단 실어 나르고 보는 온라인 매체들의 무책임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후보 캠프와 정당 관계자들이 진실과 공익보다 상대방을 추락시킬 한 방만 찾아 헤매는 선거 공학에 매몰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민주주의는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진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전제로 한다. 정치 정보는 민주주의의 공기와 같다. 거짓 뉴스에 오염된 선거 환경에선 나쁜 민주주의, 우중(愚衆) 민주주의, 위험한 민주주의가 자랄 뿐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정책 토론 없이, 깊이 있는 검증 없이 뽑힌 대통령이 나라를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 잘 알게 되었다. 가짜 뉴스는 가짜 대선을 만든다. 가짜 대통령 밑에서 꼼짝없이 악몽 같은 5년을 보내지 않으려면 가짜 뉴스부터 걸러내야 한다. 스스로 현명한 유권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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