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은 만나야 한다
과학기술을 통한 사회적 도전과제 해결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구제역, 조류 바이러스, 도로와 교량의 안전문제, 재난·재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중·대규모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고 시급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으면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 틀은 과거와 다름없다. 전문가 중심의 기획과 사업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전문가 주의가 깊게 깔려 있다. 이공계 전문가든, 사회과학 전문가든 전문가가 열심히 연구하면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접하는 새로운 도전과제는 인과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모호하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탈 정상적인(post normal)' 문제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의 연구와 분석만으로는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찾기 어렵고, 대안을 도출해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그룹과 숙의를 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연구방식과는 다르게 문제현장을 접하고 있는 시민과 이해당사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비영리 조직, 사회혁신 조직들과 공동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가는 틀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런 거버넌스 방식의 협업 활동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한편 현장에서는 소셜 벤처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사회혁신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이 조직들은 현장밀착형 활동을 통해 문제를 풀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서 취약계층 주거지역이나 환경 파괴 지역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앤젤윙스' 같은 스타트업은 기술을 활용해서 우리 사회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또 '심원테크'와 같은 사회적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해서 폐 토너와 사무용품을 재생해 환경문제와 장애인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이들은 문제 해결 능력과 활동 영역을 키우는 '규모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소규모 개별 조직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기도 어렵고 직면한 사회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의 크기를 키우고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앞서 살펴본 사회적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사업과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사회혁신 활동은 같은 목표를 지향한다. 협업을 통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구개발 조직은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실험·구현하는 과정에서 현장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사회혁신 조직들은 전문적인 지식과 인프라, 연구비들을 활용해 문제 해결 능력과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두 활동은 그동안 매우 제한적인 만남을 해왔다. 과학기술영역과 사회적 경제, 소셜 벤처 영역으로 서로 경계를 넘지 않고 있었다. 일하는 방식과 리듬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 서로 만나 우리 사회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생태계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자가 참여해서 사회적 도전과제별로 공동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학기술+사회혁신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이슈가 복잡하게 연결돼있는 사회문제를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사회시스템 혁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형성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혁신 조직들은 장기비전을 갖게 되고 전문성과 결합해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규모 확대를 위한 탄탄한 인프라도 확보할 수 있다. 연구개발조직은 연구를 위한 연구를 넘어 현장성과 문제 지향성을 명확히 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성숙단계에 도달한 과학기술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계기도 될 수 있다.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은 이제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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