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18년 장인들 "품질에는 타협 없어"

이승훈 2017. 4.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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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전 망치로 철판 펴던 곳 명품차 생산기지로 탈바꿈
조립부품만 3만6000개..생산성보다는 품질 우선

울산 제네시스 공장 가보니

현대자동차 울산 5공장에서 작업자들이 LED 등을 활용한 고조명 검사를 하고 있다. 이는 출고를 앞둔 제네시스 차량을 육안으로 검사해 품질을 확인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1970년대 초 판금망치 하나로 철판을 두드려 코티나를 만들던 곳이 이제는 명차 생산 기지가 됐습니다."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울산5공장. '명차'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큰 곳인 만큼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과 같은 품질 관련 구호가 공장 곳곳에 걸려 있다. 2015년 말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외부 공개를 꺼리던 이곳을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방문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축구장 670개에 달하는 500만㎡ 크기다. 자동차 제조공장 중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형 트럭 등을 생산하는 1~5공장과 별도의 엔진·변속기 공장, 여기에 수출부두까지 갖췄다.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5공장은 2007년 준공돼 가장 최신 공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자동차 생산은 '프레스→차체 조립→도장→의장→검수'의 다섯 가지 공정을 거친다. 5공장에는 철판을 가공해 외형 패널을 만드는 프레스 공정이 없고 차체 조립부터 시작된다. 제네시스 차체 조립에는 독특한 용접 공정이 있다. '루프 브레이징 공정(차 지붕과 문짝 부분을 연결하는 것)'에서 용접으로만 두 부분을 잇는 장비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경진 대리는 "벤츠, BMW,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지붕에 이음매가 없기 때문에 이를 가리기 위한 몰딩 작업이 필요 없어 외관이 깔끔하고 미려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체에 계기판, 시트, 오디오 등을 장착하는 의장 공정으로 넘어가자 분주하게 일하는 근로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제네시스 라인에서 일하는 1500여 명 가운데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이 10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이들은 모두 제네시스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공장 안내를 맡은 김봉주 과장은 "제네시스 공장은 근로자들에게 프리미엄 브랜드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소속감도 높이기 위해 별도 작업복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과 함께 차별된 제조철학을 만들었다. '제네시스 생산시스템(GPS·Genesis Production System)'으로 불리는 이것은 '좋은 차'를 넘어 '명차'를 만들기 위한 5공장만의 품질혁신 활동이다. GPS의 중점 추진과제는 기본과 원칙, 사람 중심, 고객 지향, 클린 환경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 끊임없는 소통 강화와 현장 스킨십 활동으로 제네시스 장인을 육성하고 고품질 현장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각오다. 효율 극대화(비용 절감)를 통해 최고 품질을 추구하는 도요타 생산시스템(TPS)을 참고했지만 근로자와 고객에 대한 가치를 보다 높게 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5공장 생산을 담당하는 조현우 이사는 "100만대에서 1건의 불량이 있어도 그 고객은 불량률이 100%인 차를 샀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품질은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품질관리를 위해 제네시스 라인에는 과거 에쿠스 공장 등 고급차를 만들던 우수 인력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평균 근속 연수가 18년에 달한다. 시간당 생산 대수(UPH)도 26.2로 타 차종 대비 조금 낮다. 이에 대해 조 이사는 "이는 다른 차량보다 1만개 이상 많은 평균 3만6000여 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데 꼼꼼한 마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초기 11 수준이던 UPH가 2배이상 올라간 것은 제네시스를 시장이 인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그의 저서 '가 보지 않은 길'에서 오늘날 현대차그룹을 만든 원동력으로 '현대(한다이~) 정신'을 꼽았다. 포니에서 시작해 제네시스를 일궈낸 울산공장에서 이러한 '한다이~ 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울산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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