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헤어롤' 미술작품 되다

김아미 기자 2017. 4. 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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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머리에 불륨을 넣을 때 쓰는 분홍색 '헤어롤'이 2016-2017년 '국정농단' '대통령 파면'과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며 '미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10일 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민중미술'이야말로 우리의 '자각'에서 비롯된 모더니즘이라고 생각하다"면서도 그 양식에 대해서는 "설익었거나, 다소 뻔한 형식들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작품 세계와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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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천 작가 금호미술관 초대전서 작품으로 등장
무제-일상적 오브제, 2017, 헤어롤, 5.5x6.2x3(h)cm (금호미술관 제공, 권오열 촬영) © News1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여성들이 머리에 불륨을 넣을 때 쓰는 분홍색 '헤어롤'이 2016-2017년 '국정농단' '대통령 파면'과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며 '미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를 향해 '염병하네'를 외쳤던 한 청소 아주머니의 육성은 천과 인테리어 시트 위에 반짝이는 글씨체로 새겨졌다. 12일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개막한 윤동천 작가(60)의 초대전 '일상_의 오디너리(Ordinary)'에 나온 작품들이다.

회화 6점, 사진 117점, 드로잉 61점 등 총 200여 점을 신작 위주로 미술관 전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바로 '오늘' 한국인의 일상을 관통하는 다양한 키워드들을 제시했다. 우리 시대의 아프고 쓰린 정치·문화적 상황에 대한 언어 유희와 신랄한 풍자라기보다, 일상 그 자체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기꺼운 마음으로 들여다보고자 하는 의도가 전해진다.

겨우내 서울 광화문 광장을 노란색 불빛으로 물들인 '촛불'은 검은색 캔버스에 무수히 많은 하얀색 점을 찍어 한 편의 모노크롬 회화로 완성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은 미술관 3층 공간 전체를 같은 노란색으로 물들이며 그 어떤 노란색보다도 아름다운 혹은 처연한 '발색'으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1989년 문익환 목사 방북, 1998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 등 1980~2000년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담은 사진들을 밝은 색으로 보정한 스크랩 이미지들은 '위대한 퍼포먼스'라는 시리즈 이름으로 기록한 우리의 '일상'이다.

전시 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 News1

윤동천 작가는 회화, 판화, 사진, 텍스트,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작업하고 있다. 형식 면에서는 서구 미니멀리즘에 가깝지만, 주로 정치·사회적 이슈를 작품의 소재로 끌어오는 면에서는 민중미술 계열에 가깝다. 그러나 작가는 1980년대 모더니즘과 민중미술로 양분된 국내 화단에서 어떠한 흐름에도 속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조형적 탐색을 이어 왔다.

10일 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민중미술'이야말로 우리의 '자각'에서 비롯된 모더니즘이라고 생각하다"면서도 그 양식에 대해서는 "설익었거나, 다소 뻔한 형식들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작품 세계와 선을 그었다. 그는 "민중미술 진영에서 자주 등장하는 '걸개그림'의 경우 현장에 있는 그 자체로는 힘이 있지만, 미술관에 다른 작품들과 함께 놓고 비교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80년대 민중미술은 작품 자체에만 몰두해서 풍부한 양식을 만들어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다.

모더니즘도 민중미술도 아닌, 작가만의 조형 양식과 이야기는 '일상'이다. 그는 "때로는 일반인들이 찍은 유튜브 동영상이 미술 작품보다 더 크게 내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다"며 "뭔가 특별해야만 예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며 우리의 '눈을 가리는 것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는 5월14일까지.

금호미술관 윤동천 초대전 전시 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권오열 촬영) © News1
역전의 용사, 2017, 나무에 에나멜페인트, 30x15.5x30(h)cm (금호미술관 제공, 권오열 촬영)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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