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몸값' 30조원까지 천정부지.. 고민 깊어지는 SK하이닉스

이헌일 기자 2017. 4. 10. 14: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日 언론, 폭스콘 '30.7조원 제시' 전망.. SK하이닉스 '베팅' 하기도 안하기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2016년 9월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 후공정을 통해 생산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메모리업체 도시바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당초 1조엔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경쟁이 가열되면서 3조엔(약 30조 7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입찰에 참여한 SK하이닉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양강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바를 인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서 자칫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 日 언론, 홍하이 3조엔·브로드컴 2조엔선 추정

1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대만 홍하이는 도시바 인수금액으로 3조엔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실버레이크-브로드컴 컨소시엄도 2조엔이 넘는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K하이닉스 등 다른 예비입찰 참가자들은 1조~2조엔을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신문은 예비입찰 금액을 근거로 인수전이 폭스콘과 실버레이크-브로드컴 컨소시엄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됐다고 바라봤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지난달 29일 예비입찰 신청이 끝난 뒤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가치가 최소 2조엔 이상"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중화권으로 기술유출을 꺼리고 있어 폭스콘의 인수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 상황도 SK하이닉스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10.7%로 5위를 차지했다. 2위인 도시바(20.4%) 반도체사업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1위 삼성전자(34.9%)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두 한국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흥국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기술유출 방지와 고용안정 유지 등 방침을 감안하면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그 다음 순위가 마이크론 등 미국 IT기업이고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WSC) 총회'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인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서울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6.5.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인수가격 상승도 부담 인수에 필요한 금액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도 SK하이닉스에게 부담이다. '통 큰' 투자로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그만큼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사업 지분의 19.9%만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그 뒤 자금 확보를 위해 50% 이상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업계에서는 도시바가 지분 100%를 매각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매각 지분이 늘어나면서 인수 예상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매각 계획이 알려진 뒤 인수가가 10조원 내외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이후 매각 지분이 늘어나고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최근 30조원이 넘는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SK텔레콤이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은 3조3747억원이었다. 당시 분기 영업손실이 1000억원이 넘었던 하이닉스와 현재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인수가 얼마나 큰 규모의 투자인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만큼 SK그룹이나 SK하이닉스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도시바는 4월 안에 예비입찰서 내용을 검토해 본입찰 대상자를 고를 계획으로 알려졌다. 예선전을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본선을 진행, 5월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입찰 참여자는 입찰과 관련해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참여 여부와 일정 등 이번 입찰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인수전 결과는 SK하이닉스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가운데 D램에서는 세계 2위의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낸드플래시는 정상권에서 밀려있다.

지난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370억달러(약 41조63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2019년까지 2조2000억원을 들여 청주에 새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공장은 3D(3차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업체가 도시바를 인수하는 것도 부담이다. 투자여력이 충분한 대만이나 미국 업체가 인수할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시설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더 힘겨운 상대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honey@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