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타2 엔진' 리콜, 설계 결함이냐 공정상 문제냐

김준 선임기자 2017. 4. 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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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015년 미국 리콜 문건에 “베어링·커넥팅 로드 원인” 설계 문제 언급
ㆍ사실 땐 2조원대 천문학적 교체 비용…현대차 “별개 리콜 사안” 해명

현대·기아자동차가 ‘세타2 직분사(GDi) 엔진’(사진) 장착 차량 17만여대를 리콜하면서 리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설계 잘못으로 인한 주요 결함 대신 설계와 관계없는 공정상의 문제를 고장 원인으로 내세웠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엔진 부품의 재질과 강도 계산 등 설계가 부실해 발생한 결함일 경우 엔진을 모두 교환해줘야 하고, 리콜 비용이 늘어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7일 그랜저(HG), 쏘나타(YF), K7, K5, 스포티지 등 5종 차량에 대한 리콜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 내에서 리콜되는 세타2 GDi 엔진의 고장 원인은 경기 화성공장에서 발생한 ‘청정도’ 불량이라고 밝혔다.

엔진 크랭크 샤프트 오일 홀 가공 공정에서 일시적으로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고, 이때 생긴 이물질 때문에 엔진이 고장났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15년 9월 실시한 미국 YF쏘나타 리콜도 미국 엔진공장의 청정도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 등 북미에 추가 신고된 세타2 GDi 엔진 리콜 협의 건은 크랭크 샤프트 핀 표면을 균일하게 가공하지 못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3건 모두 공정 불량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2015년 미국 내 ‘세타2 GDi 엔진’ 장착 차량 리콜을 앞두고 작성한 내부문건을 보면, 핵심 고장 원인은 부품 강성 부족이었다. 이 문건은 ‘세타2 GDi 엔진’의 소음이나 파손 원인을 ‘오일 유막 파괴에 따른 베어링 손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막이 파괴되면 베어링이 커넥팅 로드에 직접 맞닿을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긁힘·마모 현상이 발생하면서 소착(엔진 부품들이 높은 마찰열로 서로 달라붙는 것)된다.

현대차는 문건에서 소착 원인을 △베어링 내하중(강성), △커넥팅 로드 강성, △크랭크 핀 가공 품질, △윤활라인 청정도 △오일 열화 순으로 지목했다. 이 가운데 베어링과 커넥팅 로드의 강성을 계산하는 부분은 설계의 영역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엔진 결함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대책도 문건에 적시했다. 2011년 5월 커넥팅 로드 체결방식 변경, 8월 커넥팅 로드 도금 사양 적용, 2012년 6월 베어링 오일 간극 증대, 8월 커넥팅 로드 재질 변경, 2013년 1월 크랭크 샤프트 블라스트 적용, 9월 크랭크 샤프트 재질 변경을 실시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제작 공정상의 문제’로 고장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리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설계 잘못을 인정할 경우 생산된 세타2 GDi 엔진 전부를 무상으로 교환해줘야 하고, 천문학적인 리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현대차는 이 문건에서 2009년 12월~2012년 6월에 생산된 차량 79만여대의 엔진을 모두 교환해줄 경우 2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한국에서 발표한 리콜,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했거나 협의 중인 리콜 3건은 모두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가공 공정의 청정도 문제가 리콜된 엔진 고장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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