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중국에 한방 먹일 특허가 아쉽다
13억 중국 이길 수 있는 최종병기
MP3 기술처럼 권리 놓쳐선 안돼
국가경영, 지식재산 중심 개편을
“항상 해오던 일을 하면 항상 얻던 것만 얻는다.” 근대 경험론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남긴 명언이다. 사람들은 흔히 행동은 같게 하면서도 결과는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모순 속에 산다.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성적이 잘 나오기를 기대하는 학생들처럼 말이다. 국가 정책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대선 주자들도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일자리를 얘기하고, 벤처와 창업, 혁신 생태계, 국가 성장을 얘기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지지난 대선에서도 비슷비슷한 공약을 들어왔고, 5년, 10년이 흘렀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히 2만 달러 대에 갇혀있다.
10년간 거의 제자리걸음 하듯 2만 달러에 갇혀 있으면, 이제 그 근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지금까지 하던 방식을 계속하면 십중팔구 거의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성장은 두 가지 바퀴에 의해서 굴러간다. 첫째는 연구개발이고 둘째는 지식재산이다. 연구개발의 중요성에 대하여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열심히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를 지식재산화 하여 국가의 재산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좋은 연구개발 성과가 나와도 이것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으니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MP3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원조였던 아이러브스쿨이 제대로 권리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들이 뼈아픈 사례다. 우리 벤처기업들은 이 기술을 선점했지만, 그 기술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로 담아내는 능력이 부족했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강하게 보호해주면 된다. 그러나 한국은 특허권을 가져봤자 별반 소용없다는 것이 거의 통설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와트의 증기기관이 세상에서 빛을 발한 데도 영국 정부의 특허보호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허에 의한 독점권이 연장되면서, 투자를 받은 후 산업 전반에 증기기관이 보급되었고, 결국 산업혁명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이 국가수반 직속의 범정부 지식재산 총괄 기능을 대폭 강화하여, 강력한 정책·통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식재산 확보가 국가 재산확보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2년 ‘과학기술입국’ 전략을 버리고 ‘지식재산입국’을 선포했다. 총리실 산하에 지식재산전략실을 설치하여 연구개발(R&D)·법률·금융·교육·문화예술 등 범정부적으로 지식재산 관련 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대통령 직속으로 지식재산권정책조정관을 신설하고, 각부 장관과 52개 주가 참여하는 장관급 지식재산권 자문위원회에서 정책 조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식재산권 정책을 총괄 조정하기 위해 2011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2013년 사무국이 총리실에서 미래부로 이관되고, 전문성 있는 인력의 보강이 쉽게 이뤄질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 정책총괄 기능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실종되고 말았다. 또한, 국무회의에 지식재산 전문가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 국정 전반에 걸친 지식재산 이슈에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서 새로운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수는 없다. 말로만 일자리를 늘리겠다, 국가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해서는 소용없다. 선진국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무력이나 돈으로 이길 수 없는 국가도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지식재산에서 나올 수 있다. 우리가 중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특허를 가지면 우리를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국가경영을 지식재산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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