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

2017. 4. 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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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언제 싼 거야."

두 번째 이유는 아이가 하나 늘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나의 거울이다.

오후 5시, 아이들 간식으로 첫째는 사과를 깎아주고 둘째는 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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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새 환경에 힘들어하는 아이에 짜증
내가 마음 다잡자 아이도 달라졌다

가방 메고 유치원에 가는 큰아이. 아직은 유치원 가방이 커 보인다.

“으악~ 언제 싼 거야.”

이유식을 시작한 둘째가 매일 오전 대변을 보기 시작했다. 밥 먹이기, 씻기, 옷 입히기 등 첫째의 등원 준비로 씨름하는 동안 바운서에 앉아 열심히 발차기하며 그 광경을 관망하던 둘째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가보니 대변을 본 뒤 시간이 지나 기저귀 밖으로 내용물이 범람했다.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왜 하필 오전 9시20분, 누나 유치원 가야 하는 바로 이 시간인 거냐.

바로 그 시각, 첫째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너무 피곤해서 좀더 자야겠어.” 유치원에 입학한 지 3주째부터 첫째는 다양한 핑계를 대며 등원을 거부하거나 지연시켰다. 밥 안 먹고 아침부터 블록으로 만리장성 쌓기, 둘째 이유식을 먹이고 가겠다며 생떼 쓰기….

설득하고 달래보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첫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특히 식사 시간에 그랬다. 비교적 반찬 투정이 없었는데 밥에서 팥이며 콩이며 골라내는 모습에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몇 숟갈 먹다가 식탁 의자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 목소리를 깔고 주의를 준다. 움직이면서 밥을 먹다가 음식을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자리에서 벗어나면 순간 울컥해서 버럭 소리를 지른다.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지? 촉발 요인이 뭘까 생각해봤다. 첫 번째 이유는 걱정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오전에 간식 시간이 있어 밥을 덜 먹어도 걱정하지 않았는데 유치원은 오전 간식 시간이 없다. 밥을 안 먹고 가면 기운 없을까봐 걱정하다 도리어 화내는 나를 발견했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가 하나 늘었다는 것이다. 첫째의 식사 시간이 길어지면 혼자 놀던 둘째가 칭얼대며 나를 찾거나 운다. 범람하는 대변 사태를 맞이하기도 한다. 그러면 내가 식탁에서 떠나고 다시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등원 시간은 늦어지고…. 온전히 한 아이에게 몰입할 수 없는 상황, 두 아이 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이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화내는 나를 자각한 건 큰아이의 행동을 보고서다. 한동안 동생과 잘 지내던 큰아이가 요즘 동생에게 다시 야박하게 굴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주다가 동생이 발차기로 책을 건드리면 발을 탁 잡고 “하지 마”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생이 분유를 안 먹자 큰아이가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소리 질렀다. 아이는 나의 거울이다.

5살 첫째는 요즘 새로운 환경에 몸과 마음을 맞추느라 잔뜩 긴장해 있을 터였다. 낮잠 시간도 없어졌고 반 친구들도 5명에서 18명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선생님의 관심도 5분의 1에서 18분의 1이 된 느낌일 것이다. 지켜야 할 규칙도 많아졌다. 유치원 프로그램을 보니 3월 한 달은 규칙을 익히는 시간이 많았다. 스스로 할 일도 늘었다. 화장실에 가서 옷을 입고 벗고 용변을 처리하는 것도 혼자 해야 한다. 실수하지 않고 잘하고 싶어 잔뜩 힘이 들어간 아이에게 나는 버럭버럭 화만 내고 있었다.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오후 5시, 아이들 간식으로 첫째는 사과를 깎아주고 둘째는 갈아주었다. “엄마, 나도 동생처럼.” 큰아이가 외쳤다. 첫째도 사과를 갈아서 이유식 그릇에 이유식 숟가락으로 먹여줬다. 행복한 미소로 잘 받아먹은 첫째는 그날 저녁 “엄마 힘드니까 내가 도와줄게”라며 거실을 거의 완벽하게 정리했다. 피드백이 빠르다. 두 아이를 키우며 나도 ‘관계 맺기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글·사진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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