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까지 연기혼 불태운 배우 김영애 46년 연기史 마감

민경원 2017. 4. 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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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췌장암 합병증으로 사망
"연기는 산소이자 숨구멍 같은 존재"
지난 2월까지 드라마 '월계수' 촬영
2012년 '해를 품은 달' 촬영 때 발병
당시도 폐끼칠까 종영 후 수술 강행
9일 오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김영애. [사진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마지막까지 연기 투혼을 불사르던 배우 김영애가 9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66세. 지난해 10월 췌장암이 재발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주 1회 외출증을 끊어가며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년 8월~2017년 2월) 촬영을 마무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시청률 36%를 웃도는 인기에 힘입어 연장된 4부 분량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당초 예정된 50부 분량을 모두 채우면서 시청자들과 약속을 지킨 드라마는 그의 유작이 됐다. 소속사 측은 “9일 오전 10시 58분 사랑하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며 “사인은 췌장암에 따른 합병증”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여상 졸업 이후 71년 MBC 공채 탤런트 3기로 데뷔했다.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처음 얼굴을 비친 이후 영화 ‘섬개구리 만세’(1972)와 드라마 ‘민비’(1973)에서 잇따라 주연을 맡으면서 74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단아한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심사들'에서 열연한 배우 김영애. 췌장암이 재발해 부쩍 마른 몸이지만 방송이 마칠 때까지 시청자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진 KBS]
김영애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처음엔 친척 언니의 권유로 탤런트 시험을 보고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지만 지금은 연기가 없는 인생을 상상할 수 없다”며 “연기는 내게 산소이자 숨구멍 같은 존재”라고 회고한 바 있다. 앞서 췌장암이 처음 발병한 2012년에도 투병 사실을 숨기고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촬영을 이어갔다. 종영 후 수술대에 올라 장장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쓰러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연기자의 자세”라고 말할 만큼 연기에 강한 열정을 보여왔다.

데뷔 이후 46년에 달하는 필모그래피가 거의 한 해도 빠짐없이 새로운 작품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진한 모성애가 배어나면서도 자기 색깔이 분명한 ‘한 끗’ 다른 엄마 연기가 주특기다. 영화 ‘변호인’(2013)에서 국밥집 아줌마 순애는 시국 사건으로 재판에 휘말린 아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다. 직접 단골손님이었던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을 찾아나서고, 그가 속물에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는데 일조한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ㆍ임시완과 함께 열연한 배우 김영애. 국밥집 아줌마 순애 역을 맡아 아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절절한 모성애를 선보여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등을 받았다. [중앙포토]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카트’(2014) 같은 영화에서는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도 드라마 ‘로열 패밀리’(2011)나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6)처럼 냉철하면서도 악랄한 재벌 사모님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엄마’는 김영애뿐이었다. 드라마 ‘황진이’(2006)와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에서 선보인 기생 연기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그가 아니면 불가능한 역할이었다. 방송사별 최우수연기상은 물론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까지 종류별로 수상한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개인사는 그녀의 연기 인생만큼 순탄하진 못했다. 78년 밴드마스터 이종석씨와 결혼 후 23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 함께 황토팩 사업을 하던 재미 사업가 박장용씨와 재혼해 연 100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으나 2007년 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중금속 검출 의혹을 제기하면서 힘겨운 날들이 시작됐다. 이후 “유해성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사세도 기운 뒤였다.

유족으로는 아들 이민우씨가 있다. 며느리 조고은씨는 가수 조PD의 여동생이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일, 장지는 경기 분당 메모리얼파크. 02-2227-7500.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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