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세먼지 대란에 마스크도 못쓰는 톨게이트 수납원
수납 부스안의 에어커튼 등 오염차단장치는 '유명무실'
수납원 60% "대기오염 심하다"응답
마스크 착용 허용 등 조속한 대책 필요
수도권 일대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였던 지난 4일 오전 경부고속도로의 한 톨게이트. 앞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지만 통행료 수납원들 가운데 마스크를 쓴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수납창구의 열린 문을 통해 일일이 얼굴과 손을 내밀어 요금을 받고 잔돈을 거슬러 줬다. 이날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톨케이트 10곳을 확인했지만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수납원은 한명도 없었다. 한 수납원은 "요즘 같이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목과 눈이 보통 따가운 게 아니고 코도 간지럽다"며 "하지만 고객들이 싫어한다고 영업소에서 마스크를 못 쓰게 한다"고 말했다.또 다른 톨게이트의 수납원은 “일이 끝나고 나면 담배를 많이 핀 사람처럼 가래가 나온다”고도 했다.
전국의 톨게이트는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일반고속도로와 경춘고속도로 등 민간회사들이 운영하는 민자고속도로, 그리고 서울 남산1·3호 터널, 서울 우면산 터널 등이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420여 곳에만 통행료 수납원 8000명이 근무 중이며 대부분 여성이다.
한국도로공사 영업운영팀의 전재황 차장은 “전국의 모든 톨게이트는 외주업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파악은 어렵지만, 고객과 대화할 일이 많은 수납원의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톨게이트 운영업체의 사장도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도로공사에서 일괄적으로 마스크를 지급해 수납원이 착용한 적이 있었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수납원이 불쾌하다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며 "영업소 입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톨게이트의 한 부스에서는 아예 에어커튼을 꺼 놨다. 수납원은 “에어커튼을 켜 놓으면 추워서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손님에게 거스름돈이나 영수증을 주기 위해 얼굴이 부스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에어커튼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말했다.
또 C톨게이트의 수납원은 “에어커튼의 바람에 돈과 영수증이 날라 갈 수도 있다”며 에어커튼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전했다. D톨케이트의 수납원은 “냉온퐁기에 공기정화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건조하고 답답해 아주 더울 때나 추울 때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요금 수납 부스 안의 공기 관리 시설들이 별 효과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미세먼지 등에 따른 적지 않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015년 안전보건공단이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 35곳의 수납원 861명을 조사해 작성한 ‘고속도로 요금소 요금 수납원 근로환경 실태조사 연구’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0.5%가 부스내 공기 오염이 심하다고(매우심함 2.3%,심함40.2%) 답했다. 또 호흡기와 관련한 증상을 묻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눈따가움(15.9%), 코따가움(8.2%), 목따가움(11.0%), 기침(7.2%) 등의 증상을 현재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이성훈 도로운영과장은 "전국의 톨게이트 현황을 조사해 미세먼지에 따른 요금 수납원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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