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항하는 천재들..영화 '지니어스'·'댄서'

2017. 4. 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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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파격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천재 예술가의 삶을 다룬 영화 '지니어스'와 '댄서'가 오는 13일 나란히 포문을 엽니다.

마이클 그랜디지 감독의 지니어스는 20세기 초 요절한 문학가 토마스 울프와 편집자 맥스 퍼킨스의 만남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스티븐 캔터 감독의댄서는 '발레계의 김연아'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유년기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 '지니어스'[라이크 콘텐츠 제공]

천재들에 대한 영화는 극적인 반전이나 액션이 없는데도 유행을 타지 않고 관객의 사랑을 받습니다. 천재들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반항하며 자기의 길을 가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인 듯합니다.

다른 천재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두 영화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커다란 줄기는 '반항'입니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세계에 열정적인 만큼 또한 섬세해서 항상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이러한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반항아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파생된 가족 및 친구들과의 마찰로 성공과 추락을 되풀이하며 스토리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영화 '지니어스'[라이크 콘텐츠 제공]

영화 지니어스의 배경은 영미 문학계의 황금기를 맞은 1929년의 뉴욕입니다.

출판사 스크라이브너스의 최고 편집자 '맥스 퍼킨스'(콜린 퍼스)는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작가 '토마스 울프'(주드 로)의 원고를 우연히 읽게 됩니다. 퍼킨스는 울프의 야성적 필력에 반해 출판을 제안합니다.

울프의 감성과 퍼킨스의 냉철한 편집이 이룬 결정체 '천사여 고향을 보라'는 불황 속에서도 불티나게 팔려갑니다. 이후로도 둘은 밤낮없이 편집실에 모여 편집을 하게 됩니다. 한때 울프를 문전박대하던 출판사들은 그와 계약하고 싶어 애를 태웁니다.

울프가 쓴 글의 첫 독자였던 연인 '엘린'(니콜 키드먼)은 자신보다 작업에 몰두하고 퍼킨스만을 찾는 울프를 보며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퍼킨스 또한 성공 이후 광적으로 변해가는 울프와 서서히 의견 충돌이 생기게 됩니다.

영화 '지니어스'[라이크 콘텐츠 제공]

그랜디지 감독이 장편 데뷔작치고는 상당히 표현하기 어려운 소재를 골랐다고 생각됩니다. '파리넬리', '아마데우스'는 음악으로, '굿 윌 헌팅'은 칠판 가득한 수식으로,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은 그림으로 천재성을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니어스는 문장으로 관객에게 전율을 일으켜야 하는 쉽지 않은 소재입니다.

천재 편집자인 퍼킨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등 최고 문장가들의 원고에 가차 없이 빨간 펜을 그어 댄 권위 있는 편집자입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단지 그의 사무실에 빼곡히 있는 책들의 작가명과 제목들로 그의 위상을 가늠할 뿐입니다.

또한 퍼킨스와 울프의 대화에는 대중적 코드보다는 문학적인 위트가 강합니다.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 '지니어스'[라이크 콘텐츠 제공]

반면, 관객은 울프가 어렵사리 데뷔한 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면서 상당한 짜릿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를 만나고 싶어 안달하는 유력인사들을 보면서 대리만족도 느끼겠지요.

아울러 지니어스의 최대 무기는 자연스러움입니다. 극 중 모든 인물이 실제 울프와 퍼킨스에 대한 과장 없는 재현에 집중한 느낌입니다.

영화에서 콜린 퍼스의 퍼킨스는 가히 놀라울 정도로 절제된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었습니다. 말없이 고뇌에 찬 한숨을 쉬거나, 달리는 기차에서 원고를 읽거나, 가족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등 대사가 전혀 없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지니어스'[라이크 콘텐츠 제공]

울프를 연기한 주드 로는 전작에서 워낙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에 처음 캐롤라이나 방언으로 횡설수설하며 요란하게 등장했을 때는 조증 환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울프의 인격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 실제 문학작품 속 거침없는 문체와 일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지니어스'[라이크 콘텐츠 제공]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엘린 역시 가슴에 와 닿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키드먼은 먼저 제작진에 직접 출연을 부탁한 케이스입니다.

아픔으로 끝맺은 첫 결혼의 기억 때문일까요. 엘린 역은 그녀의 네임 밸류에 훨씬 못 미치는 작은 배역이었지만, 키드먼은 각본을 읽고 나서 엘린 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하지요. 자기 파괴적으로 변한 신여성 엘린의 '난 그의 인생에서 편집 당했다'는 대사와 위로 치켜뜬 원망의 조소 한번에도 연인을 향한 배신감과 분노가 느껴집니다.

영화 '지니어스'[라이크 콘텐츠 제공]

또 다른 천재 영화 댄서는 영국 로열 발레단 역대 최연소 수석무용수 세르게이 폴루닌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화려한 비주얼에 눈이 즐겁습니다.

사실 폴루닌이 콩쿠르와 경쟁에서 느낀 압박감은 작품 내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신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가족사를 조명하면서 인간 폴루닌을 이해해주지 않은 보수적인 영국 발레단과 예술계에 파격적인 반항의 원인을 제시합니다.

영화 '댄서'[엣나인필름 제공]

폴루닌은 1989년 우크라이나의 빈민가에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진로를 발레로 결정하고 집안의 모든 자원을 아들의 학비로 충당합니다. 심지어 남편과 가족에게 가야 할 애정까지 오롯이 아들에게 쏟아 붓습니다.

폴루닌이 영국으로 떠나고, 어머니는 비자를 받지 못해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모든 의욕을 잃고 1년 만에 이혼합니다. 폴루닌은 발레 때문에 가족이 산산조각이 났다며 괴로워하지만, 가족은 그를 위로하러 영국에 입국할 수조차 없습니다.

영화 '댄서'[엣나인필름 제공]

폴루닌은 무용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열 발레단 수석무용수의 자리에 올라 승승장구했음에도 개인의 삶을 가질 수 없는 빠듯한 일정에 숨 막혀 합니다. 결국, 그는 2년 만에 돌연 탈단을 선언하고,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공연 전 행방불명되거나 약물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합니다. 천재, 슈퍼스타, 아티스트 등 그의 놀라운 재능과 인기를 향했던 수식어는 '발레계의 배드 보이'. '발레계의 반항아'라는 타이틀로 바뀌었고, 폴루닌은 끝내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는 자신이 얼마나 춤을 사랑하는지 깨닫고, 진실한 '세르게이 폴루닌'을 세상에 알릴 기회를 찾아 나섭니다.

영화 '댄서'[엣나인필름 제공]

영화는 폴루닌이 무대에 서기 직전 기분 조절용 약물을 종류별로 투약하는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캔터 감독은 폴루닌이 마치 약물에 의존해 공연한 것처럼 스타트를 끊은 이유에 대해 "대중들은 세르게이가 마치 뱀파이어 같고, 마약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를 뒤집어 그가 단지 잘살아 보려는 아이일 뿐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를 바랐다"고 했습니다. 감독도 폴루닌 만큼이나 반항을 사랑하는 예술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댄서'[엣나인필름 제공]

폴루닌이 은퇴 후 스완송의 취지로 발표한 '테이크 미 투 처치'는 그가 지금껏 가슴에 눌러 담았던 상처와 고뇌, 삶을 춤으로 표현한 결정체입니다.

데이비드 라샤펠 감독이 협의 없이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유출하면서 제작진과 마찰을 빚을 뻔했다고 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영상이 유튜브에서만 1천9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영화에 관심이 커져서 제작진이 울다 웃는 묘한 일까지 있었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인체로 표현한 가장 아름다운 춤'이라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천국에 손이 가까스로 닿았다 떨어지는 듯한 동작, 날아오를 듯 힘찬 점프 후 고뇌에 머리를 감싸 쥐는 안무는 탄성을 자아냅니다.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반항의 몸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 '댄서'[엣나인필름 제공]

현존하는 천재의 에피소드를 모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작업은 명과 암이 있습니다. 댄서는 그의 최측근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기에 얼마만큼의 진솔함이 담겼는지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입니다.

그러나 폴루닌이 20대 청년인 만큼 그의 가족과 친구들의 인터뷰는 물론 폴루닌 본인의 입으로 전하는 감정과 고민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풍부하게 남아있는 유년기의 영상과 데뷔부터의 공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역시 일종의 축복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13일 개봉.

영화 '댄서'의 포스터[엣나인필름 제공]

jw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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