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게임용으로 만든 '그래픽 칩'이.. 인공지능·자율주행차 핵심기술로 우뚝
창업 후 GPU 집중 개발
실시간 반응하는 그래픽 처리에 집중.. GPU시장 80% 점유
인공지능에 투자 지속
알파고에도 칩 탑재, 자율주행차서도 두각
연구개발 가장 중시
매출 30%이상 투자, 6개월마다 새 제품 출시
"2017년 CES(세계 최대 IT전시회)의 승자는 아마존, 실세는 엔비디아"(2월 한국정보화진흥원 보고서)
"작년 4분기 월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은 엔비디아"(2월 미국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 평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IT(정보기술)기업 엔비디아에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반도체 회사'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시장의 주도권을 쥔 회사'란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이 중심에는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젠슨 황(53·Jen-Hsun Huang)이 있다. 지난 20여 년간 흔들림 없이 그래픽 칩인 GPU(그래픽처리장치) 개발에 집중한 결과,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개발 시장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 IT기업으로 우뚝 섰다. 직원 9500여 명인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년 사이 38% 늘어난 69억1000만달러(약 7조8000억원). 순이익은 지난 2015년 6억1400만달러(약 7000억원)에서 지난해 16억66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로 171% 올랐다.
◇24년 전 직원 3명과 창업… 매출 7조원대 회사로
대만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간 젠슨 황은 오리건주립대(학사)·스탠퍼드대(석사) 출신이다. 그는 LSI로직 등 IT 관련 기업에 근무하다 1993년 직원 3명과 함께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PC의 연산처리를 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들었다. 하지만 CPU시장은 이미 인텔이 평정한 상태였다. 경쟁마저 치열해 엔비디아는 3년간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이때 젠슨 황은 그래픽 전용 칩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PC가 대중화되면서 고화질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한번에 막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의 그래픽 처리 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상에 나온 것이 그래픽 정보 처리에 특화된 연산장치인 GPU다. CPU가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도록 설계된 반면, GPU는 오직 그래픽 처리만 담당한다. 컴퓨터 게임 마니아 사이에 널리 알려진 그래픽 카드 지포스 시리즈도 엔비디아에서 만든 것이다. 젠슨 황은 지난 2013년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드는 것은 그래픽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1990년대 후반 그래픽 칩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물리친 뒤 2000년 이후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현재 이 회사의 세계 GPU시장 점유율은 약 80%에 달하고 있다.
◇인공지능·자율주행차에 최적화된 칩
세계 반도체 업계는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개발 붐이 일었다. 모바일AP는 스마트폰의 CPU격이다. 젠슨 황의 엔비디아도 모바일AP를 개발했지만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진 못했다. 이에 젠슨 황은 서둘러 이를 접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분야로 눈을 돌렸다.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기술이 핵심인데,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인 GPU가 여기에 가장 적합했던 것. CPU가 순차적인 직렬처리에 최적화된 몇 개의 코어로 이루어진 반면, GPU는 동시 병렬처리를 위한 수천 개의 작은 코어로 이루어져 있어 단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유리했다. 3D(3차원) 그래픽이 들어가는 게임을 원활하게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칩이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난 것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에도 엔비디아의 GPU 칩 176개가 들어갔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이른바 딥러닝 기술이 접목된 차량용 수퍼컴퓨터 '드라이브 PX2'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드라이브PX2는 자동차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안전한 운행 경로를 짜기 위해 1초에 24조(兆)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릴 때 처리해야 하는 다양한 시각 정보는 3D 게임 화면과 유사하다. 엔비디아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CES에선 자체 개발한 자율 주행차 시승 행사까지 열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아우디도 올해 CES에서 엔비디아 플랫폼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였고, 벤츠는 올해 중 엔비디아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6개월마다 새 제품… 스피드 경영
엔비디아는 평균 6개월마다 새 제품을 내놓는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하다. 이는 18개월마다 반도체 성능이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증명해온 인텔보다 3배나 빠른 속도. 젠슨 황은 엔비디아에서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직원들도 70% 이상이 개발자.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성공 이유도 "좋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패에 대해선 열린 자세를 항상 보여준다. 그는 "(직원들에게) 실패를 통해 배우고 전진할 수 있는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며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배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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