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북극의 눈물, 한반도까지 흐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7. 4.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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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최대 피해자는 북극곰과 한국인?.. 얼음 녹을수록 겨울철 미세먼지·한파 점점 강력해져
겨울 계절풍인 북서풍 약화..
중국發 미세먼지 한반도서 정체
제트기류는 시베리아까지 내려와
한국까지 '북극 찬 바람' 불어

한국인과 북극곰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극 해빙(海氷)의 감소가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겨울철 대기오염을 악화시킨다"고 발표했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곰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한국인들은 미세 먼지 오염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도대체 북극 얼음과 한국의 미세 먼지는 무슨 영향이 있는 것일까.

지난 2013년 1월 중국 동부 지역에서 스모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조지아 공대 연구진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중국 정부가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의 미세 먼지 배출을 강하게 단속했음에도 대기오염이 더 심해진 것이다.

연구진이 당시 기상 자료를 분석했더니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대기가 이례적으로 정체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 먼지가 발생해도 바람이 불면 오염도가 줄어든다. 하지만 당시에는 겨울 계절풍인 북서풍이 약해지면서 대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그대로 쌓였다는 것이다. 조지아 공대 유항 왕 교수는 "겨울에 베이징에서는 엄청난 북서풍이 분다"며 "하지만 2013년 1월에는 그 힘이 약해져 중국 동부와 한국, 일본으로 찬 공기가 이동했다"고 밝혔다.

기상 이변의 원인은 북극에 있었다. 2012년 9월 북극의 해빙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겨울에 시베리아에는 폭설이 내렸다. 연구진은 기후 모델을 통해 해빙 감소와 폭설이 동북아시아의 계절풍 약화를 불러왔음을 알아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북극 해빙은 2012년에 이어 사상 둘째로 적었는데 올 1월 중국과 한국의 대기오염이 극심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구자호 연세대 연구교수는 "북극 해빙 감소로 우리나라에 기록적인 한파가 왔다는 이전 연구와 일맥상통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북극 상공에는 서에서 동으로 강력한 제트기류가 돌고 있다. 덕분에 북국의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해빙이 대규모로 녹으면서 북극해의 대기가 따뜻해졌다. 이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해졌다. 또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주변 유라시아 대륙으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유입됐다. 이는 시베리아의 폭설로 이어졌다.

결국 약해진 제트기류가 남하하면서 폭설이 내린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를 몰고와 한반도에 기록적인 한파가 닥쳤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한파는 2010년부터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온난화가 계속되고 북극 해빙이 가속된다면 겨울철 한파는 기상 이변이 아니라 상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북극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015년 미국 지질연구소는 북극곰의 3분의 1이 10년 이내에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수준에서 안정되는 경우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하는 경우 모두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노르웨이의 북극곰들은 개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극곰은 얼음 위에서 쉬는 물개 같은 동물을 잡아먹는데 해빙이 급감하면서 먹이를 찾기 어려워졌다. 간혹 얼음 위에 물개가 보여도 얼음길이 끊어져 가지도 못한다. 게다가 식성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북극곰은 육지에서 나는 다른 식품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북극 해빙이 온전히 보존된 지역을 세계 유산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북극곰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그나마 해빙을 계속 보존하기가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미국 어류·야생동물보호국이 2008년에 제정된 멸종위험종 보호법에 따라 북극곰을 최우선 배려 동물로 지정한 것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 말고는 곰들을 보호할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온실가스 감축이 사람도 살고 북극곰도 살릴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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