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천우희와 난 '어느날' 첫 장면을 모두 애드리브로 했다"(인터뷰)

뉴스엔 2017. 4. 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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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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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비담부터 '판도라'의 재혁을 오가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 김남길이 이번엔 따뜻한 눈빛의 보통 남자를 그린다.

'어느날'(4월5일 개봉)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가 만나 서로에게 스며들며 교감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덕분에 초대형 블록버스터와 스릴러, 범죄액션 영화가 포진한 극장가에도 잠시 휴식이 깃들 예정이다. 한편 이렇게 느리고 착한 영화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를 3월의 마지막 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너무 정직하게 찍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그런 느낌이 좋았다. 소재를 잘못 다루면 정작 하고자 하는 얘기를 못 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어느날'은 삶과 죽음, 거기서 남겨진 사람을 다룬다는 면에서 자칫 무거운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김남길은 그런 소재를 가볍게 풀어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어른 동화 같았다. 영화는 진중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고, 판타지를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나, 걱정이 들어 거절했다. 몇 개월이 지나고 시나리오를 다시 받았는데 그때는 강수가 아내에게 갖고 있는 죄책감이 '우리 이야기'란 생각이 들더라. 내가 느낀 걸 관객들에 전달해주고 싶었다. 이윤기 감독님이 이 작품이 예술영화란 편견에 묻힐까봐 고생하셨다. 감독님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가끔 박장대소까지는 아니더라도 피식 웃을 수 있을 만한 부분도 있다."

이윤기 감독과의 호흡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디렉션이나 그런 게 없더라"며 투덜거리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첫 촬영이 천우희씨랑 운전하는 신이었다. 카메라 하나 달아놓고 '어 갔다 와, 잘 다녀와~' 이러고 그냥 가더라. 둘이 놀면서 자연스럽게 하고 오라 하더라. 천우희씨는 감독님이 마초적이라고 하던데 난 아이같이 순수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연출할 때도 그런 부분이 많이 묻어난다. 고민도 순수하게 한다."

'어느날'은 무엇보다도 두 주연 인물의 교감이 돋보인다. 남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상처를 안고 살던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김남길은 상대 배우 천우희에 대해 '연기 센스가 있는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우희씨는 여러 가지를 유연하게 잘 받아넘기는 배우였다. 첫 장면을 모두 애드리브로 했다. 내가 거기서 '있지는 반말이잖아~' 하면서 던졌는데 당황하지 않고 그걸 받더라.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아 믿음이 확실히 생겼다. '나는 (캐릭터를) 이렇게 잡았으니까 연기를 이렇게 할 거야' 하는 타입은 아니다."

호감형의 두 남녀 배우가 투톱으로 출연하니, 당연히 관객들은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멜로영화로 유명한 이윤기 감독이 아닌가. 그러나 '어느날'은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 멜로 라인을 거의 배제했다.

"시장 찍을 때 아무리 둘 사이에 거리를 둬도 데이트하는 것 같더라. 수족관을 구경하는 장면에서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로맨스로 보이지 않도록 구도 면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언론시사회 때 천우희는 김남길이 촬영장에서 '대장' 같은 존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근사근하고 사교성 좋은 그가 현장을 어느 틈엔가 지배해버린다는 의미였으리라.

"예전부터 촬영 현장에 가면 분위기를 띄우고 그랬다. 일하는 환경 자체가 힘들 순 있어도 사람들끼리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앞에 지나다니는 게 원래 안 좋은 건데 난 카메라 앞에 앉아서 '앞으로 좀 밀어봐~' 하면서 장난치고 그런다."

강수는 겉으로 보기엔 강하고 거칠지만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나약한 자신을 감추고 산다. 상처를 직시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강수와 달리 실제의 김남길은 유쾌하고 적극적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뭐든지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강수는 죄책감도 있고, 어떻게 보면 용기가 없는 친구다.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회피하니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강수가 아내와의 추억을 회상하는데 계속 아내를 보다가 마지막에 자신을 보더라. 짠했다. 죄책감에서 벗어나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거니까."

아내가 죽은 후에도 강수는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간다. 김남길은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내가 죽었는데 어떻게 그럴까 싶더라. 구두에 깔창을 깔고 그러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러시더라. '아내가 죽으면 깔창을 못 해? 그럼 나쁜 거야?' 생각해보니 그렇더라. 그게 강수의 성격인 것 같다. 아픈 사람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힘들었다."

김남길은 스스로 어떤 캐릭터든지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게 연기자로서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지난 십여 년 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 거친 질감의 형사, 거지 차림을 한 파락호, 재벌 2세 그리고 선 굵은 연기와 허당기 넘치는 모습 등 이미지를 휙휙 반전시켰다. 영화와 드라마 현장에서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누빈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이 연기에 투영되더라. 힘이 빠지고. 예전에는 모르니까 자꾸 알려고, 표현하려고 연기에 힘을 많이 줬다. 지금은 오히려 모르니까 힘을 빼게 된다. 작품을 하나 끝낼 때마다 예전의 확고했던 신념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사진= 김남길 / 인벤트 스톤 제공)

뉴스엔 객원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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