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실체 밝혀낸 특검팀의 첨단과학수사

조유빈 기자 2017. 4. 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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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렌식으로 朴-崔 차명폰 찾아내..구글 위치 서비스 통해 청와대 출입 여부도 확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세계 최대 인터넷 회사인 구글의 위치 서비스를 수사에 도입해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4월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영재 원장과 부인 박채윤씨,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의 첫 재판에서 “구글 타임라인(위치기록) 서비스를 이용해 김 원장 부부가 청와대에 출입한 날짜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대통령 공식 의료진이 아님에도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통해 청와대에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을 진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글의 타임라인은 구글 계정이 설정된 기기의 위치를 기록하는 서비스다. 위치 제공에 동의했을 경우 시간이 지나도 계정 소유자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휴대전화 GPS를 통해 김 원장 부부가 적어도 17회 청와대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또 김 원장이 브라질로 출국했던 날 공항에 갔던 동선 등 위치 확인이 됐다는 점을 덧붙여 신빙성을 입증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개인정보와 위치정보가 수사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최신 정보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수사기법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특검팀이 지난해부터 사용한 첨단과학수사 기법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입구. © 연합뉴스

 

 

알고리즘 분석 통해 차명폰 번호 발견

지난해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검팀은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물증을 분석하기 위해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설치했다. 디지털포렌식은 전자기기 등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추출하거나 복구한 뒤 분석해 범죄단서와 증거를 찾아내는 첨단과학수사 기법을 뜻한다. 실제로 국정농단 의혹사건에서 특검팀이 도입한 첨단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밝혀진 부분이 적지 않다. 국정농단 핵심 증거자료들이 디지털 장비에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핫라인’ 기능을 했던 차명폰(대포폰) 번호 역시 알고리즘 분석을 통한 디지털포렌식 기술로 밝혀졌다. 특검은 2016년 10월26일 최순실씨의 요청으로 언니인 최순득씨가 청와대 이영선 행정관의 차명폰을 통해 대통령과 최씨 입국 여부에 협의했다는 진술을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를 통해 확인했다. 이후 최순득씨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해 이 행정관의 차명폰 번호를 확인했다. 이 차명폰 통화내역을 또 분석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연락을 주고받는 번호를 발견했으며, 또 이 번호를 다시 추적해 발신 기지국이 청와대 관저인 또 하나의 차명폰 번호를 발견한 것이다.

장씨가 특검에 임의 제출한 최순실씨의 두 번째 태블릿PC 역시 특검의 분석을 거쳤다. 특검은 우선 연설문 수정본 자료와 삼성의 지원과정 관련 메일을 확보했다. 이후 최씨가 이 PC를 직접 대리점에서 개설하고, 최씨의 비서 계좌에서 요금이 이체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삼성그룹이 독일 비덱스포츠를 통해 최씨 일가에게 35억원 가량을 건네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다수의 이메일을 확보했고,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의 휴대전화 데이터를 복구해 삼성 임직원 내부망 ‘녹스’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확보한 증거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결국 2월17일 구속됐다.  

이외에도 특검팀은 90일간 총 8.5테라바이트(TB) 분량의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핵심 증거의 보고가 됐던 휴대전화는 364대 분량이었고, 이 중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수백 번의 통화를 한 차명폰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90일간 총 8.5TB 분량의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저널 최준필

 

김기춘 전 실장 증거인멸 정황도 복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증거인멸 정황도 첨단과학수사로 확인됐다. 특검팀이 김기춘 전 실장 집에 있는 CCTV를 분석했을 때 이미 데이터는 깨끗하게 지워져있었지만, 특검팀은 디지털포렌식 복원을 통해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자료가 든 박스를 외부로 나르는 장면을 확보했다.  

최근 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세브란스 병원 피부과 교수)가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정황도 첨단과학수사로 인해 밝혀졌다. 정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김영재 실’로 피부 리프팅 시술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팀이 정 교수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으로 추출한 결과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와 정 교수가 주고받은 문자 가운데 ‘대통령의 피부 미용에 대해 고민해 달라. 비밀은 꼭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 것이다. 이 전 주치의가 직접 김영재 원장 부인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컬 대표에게 연락해 실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정 교수는 ‘제가 달라고 했는데 주치의가 또 달라고 하면 용도(대통령에게 쓰일 것)를 알게 될 수 있어 자제해 달라’고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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