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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피자 뱃길이 열렸다

[김준의 섬섬옥수] 통영 수우도

2017.04.06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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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삼천포 어시장, 중매인에게 잘 보여야 한다. 어부들은 물고기가 담긴 함지박에 물을 연신 뿌려댔다. 좋은 값을 받으려는 갈무리이다.

감성돔, 갑오징어, 도다리, 쏨뱅이 등 서해와 남해 바다에 서식하는 수산물은 다 나왔다. 상인들만 아니라 여행객들도 곧잘 삼천포어시장을 찾는 이유다. 살아 있다. 꿈틀거린다. 어시장 밖 도로변에는 톳, 물미역, 쑥, 달래, 풋마늘, 이른 봄 고사리까지 갯밭과 텃밭 봄소식이 가득하다.

삼천포를 찾는 즐거움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섬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수우도와 사량도로 가는 출발점이 삼천포항이다. 통영보다 가깝고 당일 산행이 가능해 늘 분주하다.

섬에 변변한 식당과 펜션이 없다. 폐교자리에 복합휴양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섬에 변변한 식당과 펜션이 없다. 폐교자리에 복합휴양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시우섬’ 여행객들은 ‘동백섬’

봄이 되면 마음이 설레는 것은 처녀총각만 아니다. 봄꽃도 보고 싶고, 바다도 보고 싶고, 산길도 오르고 싶다면 권할 만한 섬이다. 주민들은 ‘시우섬’이라하고, 여행객들은 ‘동백섬’이라 부른다. 나무가 많고 섬 생김새가 소를 닮았다고 지명유래를 풀지만 억지춘향이다.

섬에 봄이 찾아오면 봄꽃도 보고 싶고, 바다도 보고 싶고, 산길도 오르고 싶은 등산객이 배에 오른다.
섬에 봄이 찾아오면 봄꽃도 보고 싶고, 바다도 보고 싶고, 산길도 오르고 싶은 등산객이 배에 오른다.

 사량도에 딸린 섬이지만 생활권은 삼천포, 사천에 속한다. 뱃길로 삼천포항까지는 40여 분, 통영여객선터미널까지는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게다가 통영에서 가는 배도 없다. 욕지도에 내려서 사선을 타고 가야 한다. 실제로 섬주민들은 주민세를 통영에 내지만 시장은 사천에서 본다.

단디 묵어라. 점심은 없다

새벽 6시, 우격다짐으로 복탕을 한 그릇 먹고 배에 올랐다. 수우도 첫 걸음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삼천포항 불빛을 뒤로하고 화력발전소를 지날 무렵이 되어서야 어둠이 걷혔다.

날씨는 비가 올 듯 말 듯 ‘설운장군’이 수우도 뱃길을 쉬 열어주지 않을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파도가 높아 접안이 어렵다는 선장님 방송에 흘러나왔다. 새벽같이 일어나 부산을 떨었는데 모두 실망스런 눈빛이다.

설운장군을 모시는 지영사. 매년 10월 보름에 당제를 모신다. 장군이 죽임을 당한 날이다.
설운장군을 모시는 지영사. 매년 10월 보름에 당제를 모신다. 장군이 죽임을 당한 날이다.

그 섬에 인어장군이 있다

일 년 후 진달래 소식이 들리던 봄날 다시 설운장군을 찾아 나섰다.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있었지만 흐리지는 않았다. 파도도 높지 않아 배가 섬에 접안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같은 배를 타고 온 등산객들은 도착하자마자 달리듯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우선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뱃길을 열어준 설운장군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다. 골목길을 돌아 수 백 년 된 느티나무 아래 튼튼하게 쌓은 돌담 안에 나지막한 작은 집이 나타났다.

곱게 단장되어 있었다. 마을주민들도 부정 탈까 걱정되어 들어가는 것을 조심한다는 설운장군을 모신 지영사다. 어떻게 마을신으로 자리를 잡았을까. 최영, 장보고, 임경업, 이대원 마을신으로 모시는 인물들은 전설이 아니라 모두 실존 인물들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한 충신도 있지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 장군도 있다. 백성을 괴롭히는 적을 물리친 장군들은 나중에 예외 없이 중앙 권력을 위협하는 변방 반란군으로 둔갑한다.

결국 억울하게 죽게 되고, 주민들은 주검을 수습하여 모신다. 후에 사당을 짓고 마을신으로 모시며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설운장군은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다. 설화 속 인물이다. 제주 설문대 할망처럼 거인은 아니지만 욕지도 사랑도 수우도 남해도를 건너는 신통력을 지녔다. 겨드랑이에 아가미가 있어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헤엄을 치고 다닌다. 인어공주가 아닌 한국판 인어장군이다.

역적이 된 장군, 마을신이 되다

장군은 수우도 자식이 없는 한 부인의 치성으로 태어났다. 섬 출신이다. 어렸을 때 온 몸에 비늘이 돋고, 겨드랑이에 아가미가 생겼다.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헤엄을 치며 남해안 바다를 누볐다.

청년시절, 왜구들이 남해안에 나타나 곡식을 빼앗고 분탕질을 해댔다. 조정에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사량도에 왜구들이 나타나 주민들을 괴롭히자 장군은 수우도 은박산과 사량도 천왕봉을 오가며 부채로 왜구를 물리쳤다.

왜구는 ‘조정을 위협할 반인반어 괴물이 남해안에 나타나 어민과 백성들을 괴롭힌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역적을 꽤한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소문이 궁궐에까지 알려졌다. 조정에서는 욕지도 호주판관에게 당장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물속에서 석 달 열흘을 지낼 수 있는 장군을 당해낼 수 없었다. 오히려 장군은 대담하게 어부를 모아 관군에 맞서고 판관부인을 납치해 국도로 들어가 아내로 삼았다. 국도는 실제 통영에 위치한 가장 먼 외딴 섬이다.

부인은 세월이 흘러 아이를 낳았지만 호시탐탐 탈출 할 기회만 엿봤다. 한번 잠이 들면 며칠씩 깨어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된 부인은 설운이 잠든 사이 봉화를 올려 관군을 불렀다.

관군이 배를 타고 들어와 장군을 꽁꽁 묵었지만 잠에서 깬 설운이 힘을 주자 줄이 끊어졌다. 관군이 목을 내려쳤지만 잘라진 목이 다시 붙었다. 다시 목을 자르자 판관부인이 메밀가루를 뿌렸다. 장군은 죽고 말았다. 이후 주민들은 사당을 짓고 장군을 모시고 풍어와 안전을 기원했다.

섬길을 걷다

북쪽에 자리한 마을을 제외하면 섬은 온통 바위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수우도 섬길은 선착장 옆 ‘신애끝’에서 시작해 고래바위(주민들은 도둑놈골창이라 함) 백두봉 신선대 은박산 몽돌해변을 지나 선착장에 이르는 길이다. 부지런히 걷지 않으면 마을을 살펴볼 시간도 없다. 하룻밤 잔다면 모르겠지만.

섬에서 가장 그림디자이너 김정갑이 그린 그림이다.
섬에서 가장 젊은 그림디자이너 김정갑이 그린 그림이다.

골목에서 만화캐릭터를 만났다. 독특하고 다양하다. 물어물어 주인공을 만났다.

섬에서 가장 젊은 김정갑(1975년생) 씨, 어머니를 모시고 섬을 지키며 그림도 그리고 홍합도 팔고 있다. 나무붓을 이용해 페인트로 그렸단다. 그가 사는 집은 작은 갤러리다. 마당에도 벽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갯바위를 따라 섬을 돌아 볼 수 없으니 갯밭을 일구는 주민들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섬살이가 녹록치 않았을 것 같다. 섬그늘을 좋아하는 바다생물들에게는 이런 천국이 없다. 주민들이 갈 수 없는 갯바위에는 어김없이 낚시꾼차지다. 수우도 산길 능선에 오르면 흘린 땀이 아깝지 않는 경관이 펼쳐진다. 

은박산, 섬사람만큼이나 소박한 정상표지석이 있다.
은박산을 오르면 섬사람만큼이나 소박한 정상 표지석이 있다.

특히 남쪽 사량도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모습이 절경이다. 고래바위, 매바위, 백두봉, 해골바위를 볼 수 있는 능선이 으뜸이다. 동백꽃에 이어 진달래꽃이 지천이다. 흠이라면 뱃길이다. 하루에 두 번 뱃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침 첫배를 타고 들어와 섬을 한 바퀴 돌고 오후 배로 썰물 빠지듯이 삼천포로 나간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급하게 산으로 오른 이유가 있다. 주말이면 더욱 심하다.

마을홍합을 사세요

은박산을 지나 선착장에 이르니 마을주민들이 홍합, 톳, 미역, 칡 등 섬에서 채취한 것을 팔고 있었다. 섬에서는 10여년 전부터 홍합양식을 하고 있다.

대규모 홍합양식을 하려면 배도 있어야 하고 일할 젊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이든 노인들은 양식장에서 일손을 거들어 주고 홍합으로 품삯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마련한 홍합을 말려서 주말에 섬을 찾는 등산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섬주민들은 삶은 홍합과 햇미역을 말려 등산객들에게 판매한다.
섬주민들은 삶은 홍합과 햇미역을 말려 등산객들에게 판매한다.

여행객들에게 팔 홍합을 손질하는 주민.
여행객들에게 팔 홍합을 손질하는 주민.

그곳에서 그림 디자이너 김씨도 만났다. 옛날에는 주민들이 재너머나 도둑놈골창까지 조개를 파러 다녔다. 통영에서는 우럭조개나 개조개 등 다이버들이 물속에서 파는 큰 조개 외에 바지락처럼 호미로 캐는 작은 조개는 모두 조개라 한다. 이를 주민들은 ‘개발하러 간다’고 한다.

수우도에는 펜션이나 변변한 식당은 없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복합휴양센터를 짓고 있다. 학교 앞에 라면도 끓여주고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다. 막걸리에 홍합파전이면 어떤가. 섬살이를 엿보고 들을 수 있다면 족하지 않던가. 라면이라도 한 그릇 하고 나오길 권한다. 

김준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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