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김주영 입력 2017. 4. 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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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 활동 종료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 5일 오후 3시쯤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 지난해 12월16일 구성된 이후 수개월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막아내기 위해 싸워온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비대위)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비대위의 공식 활동을 종료하는 한편,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논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국정화 방침을 밝힌 2015년부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국정 역사교과서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교육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였음에도 올해 국정교과서를 수업용 교재로 사용하는 학교는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 비대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국정교과서 반대운동의 성과와 향후 과제’ 토론회의 발제는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대표가 맡았다. 이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선옥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 소장,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순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한상권 대표는 국정화 반대 운동의 성과로 △친일-독재-반공을 바탕으로 구축된 ‘박정희 패러다임’을 해체했다는 점 △올바른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전 사회적으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는 점 △새로운 민주시민 교육을 실천하는 연대의 틀이 마련됐따는 점 등을 꼽았다.

그는 국정화 반대 운동의 향후 과제로 “초등 교과서를 포함해 국정 역사교과서 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며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국정화 작업을 추진한 세력에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 과정에서 있었던 경험들을 백서 형태로 정리해 그 의미를 공유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유은혜 의원은 토론에서 2012년과 2015년,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구성된 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의 활동을 정리했다. 이어 향후 과제로는 “현재 진행 중인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교과서 집필을 차기정부에서 중단시키고 새로운 검정교과서 집필 공고를 내야 한다”며 “집필진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나아가 2015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과 집필기준의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검정교과서 발행을 신청한 출판사는 오는 8월3일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심사본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제작기간이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부실 집필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역사학계에서는 2015 교육과정을 개정해 검정교과서 도입 시기를 현행 2018년에서 2020년으로 2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선옥 장학사는 일선 교육청의 역사 담당 장학사로서 국정교과서 파동 당시 겪었던 행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교육부는 계속 압박하는데,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욕설 등이 섞인 전화도 계속 받아야 했다”며 “의원들이 각종 요구자료를 제출하라고 한 점도 업무 과다의 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김 장학사는 “국정교과서는 사실상 폐기됐지만 관련자들의 징계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청 관계자들을 비롯해 국정화 반대 선언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퇴직 때 훈장을 못 받은 선생님들이 많아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육훈 소장은 국정교과서 파동 이후 역사교육 정책들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사회통합·갈등극복을 위한 지속적인 역사교육정책이 필요하다”며 “역사교육을 민주시민교육·세계시민교육과 연계하고, 나라 안팎을 중심으로 진행될 역사화해와 관련해 재구성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회장은 단기적 과제로 국정제 즉각 폐기와 역사과 2015 교육과정 시행 적용 유보 및 전면 개정, 국가 검정 시스템 개선 등을 제시했다. 장기 과제로는 역사교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구해나가기 위한 방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역사교육계와 역사학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조만간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과 관련한 활동 백서를 내놓고, 활동 종료 이후에도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글·사진=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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