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포르노 뿌리뽑는다"..세계 각국 전쟁 선포
페이스북은 '리벤지 포르노' 차단 툴 도입
스코틀랜드 올 하반기부터 최고 징역 5년 엄벌
전세계가 '리벤지 포르노'와의 전쟁에 나섰다. 페이스북이 5일(현지시간) 소위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헤어진 연인 등에게 복수하기 위해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고 뿌리는 누드 사진이나 성행위 영상)’의 확산을 차단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IT 전문매체 테크 크런치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새로운 이미지 매칭 기술을 도입해 기존에 신고된 이미지나 영상을 이용자들이 공유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메신저에도 적용된다. 또한 이를 올린 사용자의 계정 역시 차단된다.
페이스북의 글로벌 안전 책임자인 안티고네 데이비스는 “지난해 150개 이상의 여성 관련 단체 대표를 만났다. 피해자의 93%가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문제가 된 이미지의 공유를 막기 위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고 흐릿하게 보이도록 처리한 뒤 소수의 직원만이 해당 자료에 접근해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10대 대상 매거진 '틴보그'는 '리벤지 포르노' 방지를 위한 1인 시위에 나선 리아 줄리엣(20)의 사연을 지난달 소개했다. 그녀의 누드사진이 온라인상에 공개되고 온 학교에 다 알려진 건 겨우 14살 때의 일이었다. 무서워서 어른들에게 말하지도 못한 채 몇 년을 침묵 속에 갇혀 있었던 줄리엣은 이제 희생자를 위한 더 나은 정책과 법률적 지원을 요구하는 운동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2년에 'End Revenge Porn(리벤지 포르노를 끝장내자)'라는 비영리단체가 결성되어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 활동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사법부 비서관 마이클 매트슨은 BBC 인터뷰에서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뿌리거나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는 연인 혹은 옛 연인을 교묘하게 학대하면서 조종하려는 끔찍한 범죄"라면서 "경찰 등과 캠페인을 벌여 이 같은 일이 현대 스코틀랜드에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진 건 아니지만 IT 강국의 인프라를 타고 일상에서 널리 퍼진 상태다. 모 음란 사이트 운영자는 상금을 걸고 일반인들이 촬영한 '야동' 공모 대회를 열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8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영상 신고가 1만9000건에 육박할 정도로 '리벤지 포르노'가 일상화 돼 있다.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이긴 하다. 하지만 정준영씨는 전 여자친구에게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했다'고 고소 당하면서 실체가 없는 '리벤지 포르노'의 희생양이 된 바 있다. 정씨는 검찰이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2개월이 지나서야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다.
현행법에서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물이 의사에 반하여 유포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만 처벌이 가능하다.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특례법의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나 화상 채팅 영상 등을 촬영·유포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 영상 유포자에 대한 처벌 기준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벌금을 최고 '5000만원'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다만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회 소위에 안건이 오르긴 했지만 탄핵·대선정국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계류중"이라며 "대선이 끝나야 다시 논의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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