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문재인 죽이기'는 이미 시작됐다

임병도 입력 2017. 4. 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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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여론조사, 모두 옳다? '함정' 있단 사실 잊지 말아야

[오마이뉴스임병도 기자]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언론사마다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대권 판세를 분석합니다. 대선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언론의 문제점을 알고 있기에 그들의 보도를 마냥 믿을 수는 없습니다.

언론의 대선 보도 행태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안철수가 이긴다는 여론조사의 함정

 TV조선은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 TV조선 캡처
6일 오전 TV조선은 YTN과 서울신문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4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47%로, 40.8%의 문재인 후보를 오차범위를 벗어나 앞섰다고 보도했습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TV조선은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인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제대로 신뢰를 받으려면 그 과정이 투명 또는 공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여론조사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지난 3일 <내일신문>은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7.2% 포인트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합니다. 안철수 후보가 처음으로 앞섰다는 보도였습니다.

전체 표본의 60%를 차지하는 인터넷 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6% 포인트 앞섰는데, 40% 유선 전화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압도적으로 문 후보를 이겼습니다.

문재인 후보 측은 '무선전화 조사가 아예 없었다'는 점을 들어 여론조사의 신뢰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내일신문>은 '여론조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억지'라며 문 후보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뉴스타파>는 <내일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업체 '디오피니언'은 <내일신문>에 문의하라고 했고, <내일신문> 담당 기자는 '자신들은 의뢰만 했지 가중치 등에 대해서는 모른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임병도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는 페이스북에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리서치뷰는 선거 여론조사 논란에 대해 '여론 조사기관과 그들과 동업자나 다름없는 몇몇 언론사와 엉성한 예측을 남발해온 소위 직업꾼들'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반성은커녕 언제 그랬냐는 듯 여론조사로 여론을 만들려는 것 같아 안쓰럽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리서치뷰는 "현재 '언론사 의뢰' 형식으로 공표되고 있는 대선 조사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해당 언론사가 '과연' 얼마나 부담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언론사가 여론조사 비용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까요?

도대체 누가 여론조사로 여론을 만들려고 할까요? 여론조사를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그 안에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앙일보>의 심상치 않은 여론조사 보도 행태

 2012년 대선기간 중앙일보 1면과 2017년 4월 중앙일보 1면
ⓒ 임병도
<중앙일보>는 지난 2012년 4월 6일 지면 1면에 <문 38.4 안 34.9, 안 50.7 문 42.7>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불과 사흘 전인 4월 3일 월요일에도 <문·안 양강구도, 커트라인은 안철수 35%>라는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2012년 대선과 비교해보겠습니다. 2012년 11월 1일부터 단일화가 이루어진 23일까지 <중앙일보>는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관련 여론조사는 단 한 차례만 1면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그마저도 여론조사 그래프는 아주 작았습니다.

단일화 이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 대결이 벌어집니다. 선거 여론조사 공포 마지막 날인 12월 13일까지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 1면 배치는 3회에 그쳤습니다. 역시나 여론조사 그래프는 항상 작게 배치됐습니다.

지금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를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중앙일보>는 두 사람의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1면에 배치했습니다. 2012년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뚜렷한 양자대결 때와는 전혀 다른 보도행태인 셈입니다.

언론의 문재인 죽이기는 이미 시작됐다

 4월 5일 MBC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뉴스 리스트
ⓒ MBC뉴스데스크 캡처
지난 5일 MBC <뉴스데스크>는 <안철수, 첫날부터 광폭 행보, 대선 승리자신>이라는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이후 <문재인 잇단 의혹... 노 친인척 비리 은폐했나?>라는 뉴스를 보도합니다.

안철수 후보 뉴스는 '광폭','자신감'이라는 키워드를 문재인 후보에게는 '잇단 의혹','비리', '은폐'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언론이 누군가를 띄워주고 누군가를 죽일 때 사용하는 보도 행태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일이 현실과 다른 것은 아닙니다. 안 후보에게는 낮았던 지지율이 올라갈 여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런 현상이 마치 '대선 결과'처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입니다.

언론은 그 무엇보다 선거 보도에서 공정해야 합니다. 선거를 움직일 수 있도록 언론을 조작해서는 안 됩니다. 언론 권력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언론 조작은 범죄 행위라고 봐야 합니다.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공정한 언론개혁을 외쳤던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2012년 대선에서 지상파와 종편은 박근혜를 띄워주고 문재인을 죽였습니다. 2017년 언론은 또다시 문재인 후보를 죽이려는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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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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