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행적이라도 알려야"..대학가 '친일파' 동상 논란

이윤녕 기자 2017. 4. 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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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저녁뉴스]

이화여대, 이번에는 초대 총장의 친일행적문젭니다. 정유라 사태와 총장 선거규정 문제로 최근 학내 갈등을 겪어온 이화여대가, 이번에는 친일파로 알려진 초대 총장의 동상 문제를 놓고 또다시 마찰이 예상됩니다. 학생들은 당장 다음 학기에는 동상 앞에 친일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설치하겠다는 건데 이같은 움직임이 비슷한 갈등을 겪어온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지 주목됩니다. 이윤녕 기잡니다. 


[리포트]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교의 초대 총장인 김활란 동상에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세우겠다고 선포하고 나섰습니다. 


학교 초대 총장이자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활란은 일제 강점기 때, 칼럼이나 강연을 통해 학도병 모집과 위안부 참여를 적극 독려한 친일 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월, 자발적으로 뜻을 모은 학생들은 대학 교정에 위치한 김활란 동상이 일제의 잔재 중 하나인 만큼, 친일 행적을 명백히 드러내야 한다며 프로젝트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인터뷰: 정어진 단장 /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

"학생들이 이 사람이 친일파라는 건 알고 있는데 어떤 친일 행위를 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냥 무심코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는 그 친일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우선 세우고…"

궁극적으로는 동상 철거가 목표지만, 우선 다가오는 2학기에는 동상 앞에 친일 행적 알림 팻말을 세우기 위해, 학생 1천 명의 동참을 유도하는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지예 1학년 / 이화여대

"친일 문제에 대해 사람들을 무뎌지게 하려는 행위가 반복되고 또 그게 성공해서 친일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점점 더 흐릿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김활란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학내에서 꾸준히 제기됐지만, 친일 행적에 관한 팻말을 설치하겠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움직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 계획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화여대 관계자

"김활란 동상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몇 차례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고요. 하지만 학교에서 논의를 더 진행을 해야 되고 딱히 결정이 된 것은 지금으로서는 없습니다."

이대의 이번 움직임이 고려대와 연세대, 서울대 등 친일 설립자의 동상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뒤늦게 친일 행각이 드러난 학교 설립자들의 동상 논란을 두고, 친일 행적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공적과 잘못을 함께 남기는 방식을 통해 갈등을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준식 연구위원 / 민족문제연구소

"철거하자고 하면 부딪힙니다. 한쪽에서는 계속 유지하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철거하자고 하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그걸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가 그렇다면 친일 행적을 분명히 밝히는 것…"

학교에 기여한 공과 반민족 행위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 대학가 '친일' 동상 논란. 


지금이라도 과거를 반성하고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대학 안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EBS뉴스 이윤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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