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vs 인간' 저작권 분쟁시대 온다

김수연 2017. 4. 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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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창작자 등장 논쟁 가열 전망
"개념 재정립 등 선제대응 해야"
문체부 AI 저작권 기준 만들기로
귀속주체·보호기간·처벌문제 등
10월까지는 개정안 도출 계획
IBM 왓슨(Watson)과 구글 알파고(AlphaGo)는 전 세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면서 널리 알려진 시스템입니다. IBM 제공

# 30초마다 한 건씩 기사를 내보내는 인공지능(AI) 기자 '퀼'의 등장이 화제가 된 지 얼마 안 돼 이번에는 1분에 한 곡씩 작곡하는 AI 작곡가가 등장했다. 퀼은 미국 내러티브 사이언스라는 벤처회사가 만들었고, 포브스가 이 기술을 사들여 퀼의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기사를 출고하고 있다. 미국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최근 일본 오사카대학 산업과학연구센터와 도쿄수도대학 공동 연구진은 사용자의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장착된 'AI 헤드폰'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특정 음악을 들을 때 변화하는 뇌파 기록을 학습해 사용자의 뇌파 정보만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음악', '기분을 가라앉히는 음악' 등 '맞춤 음악'을 1분 만에 뚝딱 만들어낸다.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가 이미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사나 음악만이 아니라 영화, 소설, 그림 등 문화 콘텐츠 분야 전반에서 기계가 활발하게 창작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이처럼 기계가 만들어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인지, 순수하게 인간이 창작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AI 콘텐츠와 달리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AI와 인간의 저작권 분쟁시대가 예고된다. 이에 따른 저작권 논쟁이 앞으로 가열될 전망이며, 새로운 AI 창작자 등장에 따라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부터 AI를 활용해 창작한 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 개정안 연구에 들어가 오는 10월 개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문체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기술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저작권 이슈 연구' 수행을 위해 최근 연구용역사를 선발했다. 저작권위는 6개월 간 영화, 음악, 도서 등 AI가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을 유형화하고, 콘텐츠 창작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저작권 침해 문제, 저작권 귀속주체와 보호 기간, 저작권 침해에 따른 처벌 적용 문제 등을 집중 연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AI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앞으로 기계가 스스로 창작하는 콘텐츠와 인간이 직접 창작한 콘텐츠 간 저작권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으로는 AI가 생산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 대응이 어렵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해 주어지는 배타적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창작 콘텐츠가 대중화하는 시대에는 AI 때문에 인간의 창작 활동이 제한받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음'의 개념도 없고,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AI의 특성을 감안한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다량의 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는 AI가 만든 저작물과 인간이 창작한 콘텐츠에 적용하는 저작권의 잣대에 차별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승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AI 창작물에 대한 권리의 존속기간은 인간 창작물보다 훨씬 짧은 기간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저작권의 존속기간은 저작자의 생존 기간과 사후 70년간 보호되는데, 앞으로 AI가 인간에 비해 빠른 속도로 많은 창작물을 만들어낼 것을 고려한다면 보호 기간은 매우 짧게 설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저작권법이 데이터베이스(DB) 제작자 권리를 5년 단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AI 시대에 대비하는 저작권 보호 규정을 마련할 때 국제 사회 움직임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AI 기술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한발 늦은 만큼 AI의 콘텐츠 생산이 본격화하는 시기도 늦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AI 저작권 보호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작년 4월 AI 창작물을 인간의 창작물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AI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AI는 인간보다 월등히 많은 창작물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에 인간 저적권 보호기간(사후 50년)보다 단축돼야 한다는 게 골자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자율주행차 , 수술로봇, 로봇인공기관, 돌봄 로봇 등 4가지 분야에 대한 규제와 과제를 포함한 '로봇규제지침'을 제정했다. 로봇의 발명과 콘텐츠 등을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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