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종범 수첩 보니..박근혜는 '민원 대통령'

김정우 2017. 4. 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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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65ㆍ구속) 전 대통령이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각계 각층에서 요구해 온 인사 청탁과 같은 민원사항들을 빠짐 없이 보고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부탁한 사항에 대해선 집요할 정도로 안 전 수석에게 반복해 지시를 내리고 진행 상황을 꼼꼼하게 챙긴 사실도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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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수첩 39권 단독 입수

‘최순실 부탁’ 등 꼼꼼하게 챙기고

박근혜정부 핵심 실세도 대거 등장

정치인ㆍ경제인ㆍ관료 등 민원 전달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

박근혜(65ㆍ구속) 전 대통령이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각계 각층에서 요구해 온 인사 청탁과 같은 민원사항들을 빠짐 없이 보고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부탁한 사항에 대해선 집요할 정도로 안 전 수석에게 반복해 지시를 내리고 진행 상황을 꼼꼼하게 챙긴 사실도 파악됐다.

한국일보는 4일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근무시절 작성한 업무수첩 56권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올 1월 확보한 39권 전체를 단독 입수했다. 나머지 17권은 지난해 11월 검찰이 안 전 수석 측에서 임의제출 받아 국정농단 사건 1차 수사에서 주요 증거물로 활용된 바 있다. 한 권당 60~70쪽 분량인 수첩 39권 대부분의 맨 뒷장에는 주요 관공서나 공기업, 대기업 등에 대한 인사 민원 내용들이 기록돼 있었다. 대통령 지시사항이나 별도 보고해야 할 내용들은 수첩 마지막 페이지부터 역순으로 적는 그의 작성방식에 비춰, 박 전 대통령에게도 관련 내용들을 하나하나 보고했을 공산이 크다.

안 전 수석에게 민원을 전달한 당사자들은 정치인과 고위 관료, 경제인은 물론 언론인들까지 사회 전 분야를 망라했다. 이들 중 절대 다수는 지인들의 승진 또는 이동 인사를 부탁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 남상태ㆍ고재호 전 사장의 연임 청탁 대가로 1억원대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된 송희영(63) 전 조선일보 주필이 대표적인 사례다. 송 전 주필은 2015년 초 안 전 수석에게 고 전 사장 연임을 부탁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는데, 안 전 수석은 이를 2015년 1월 18일부터 29일까지 사용한 수첩의 마지막 장에 “<송희영> 대우조선 고재호 고대 / 박○○ (실장님)”이라고 적었다. ‘실장님’은 당시 현직이었던 김기춘(78ㆍ구속기소)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뜻한다..

안 전 수석의 ‘민원 기록부’에는 박근혜정부 핵심 실세들이 대거 등장한다. 예컨대 2016년 4월 18일~5월 1일 작성된 수첩 맨 뒷장에는 ‘숨은 실세’로 꼽혔던 최외출(61) 영남대 교수의 이름과 함께 “구◇◇ 대한□□회 실장→감사”로 적혀 있다. 여기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나 서청원ㆍ원유철ㆍ홍문종 등 친박 의원들의 이름도 각각의 민원 내용과 함께 적혀 있다. 안 전 수석은 해당 민원들 중 실제로 성사됐을 경우 옆에 ‘V’자 표시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전 대통령은 현대차와 납품 계약을 맺은 최씨 지인의 업체 ‘KD코퍼레이션’이나 비선진료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영재 원장의 중동진출 사업 등 ‘최순실 민원’은 안 전 수석에게 수시로 반복해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기춘 전 실장이 2014년 10월 9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 민원은 끝까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담당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민원 대통령’이었고, 박근혜정부 청와대도 ‘민원 저수지’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mailto:hshs@hankookilbo.com)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 비서관 회의를 열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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