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5명 낳았는데.. 의성 '서글픈 베이비 붐'

의성/권광순 기자 입력 2017. 4. 5. 03:08 수정 2017. 4. 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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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사라질 위험 전국 1위에서.. 저출산 극복 정책 모범 지자체 뽑혀]
최근 태어난 5명 중 4명, 다문화가정에서 출산
가임여성, 노인 인구의 5% 안돼

"간얼라(갓난아기) 울음소리가 얼마 만이고…."

지난달 22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하광산 마을 경로당. 생후 50일 된 사내아이를 업은 주민 이영희(45)씨가 들어서자 서로 안아보려는 어르신들의 함박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이씨는 이 마을에서 2년 만에 아이를 출산한 주인공이다. 두 살 연하 남편과 자식 없이 살기로 했다가 마음을 바꿨다. '더 낳을 계획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씨는 "아이 양육이나 교육비 문제 같은 걸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혜옥(72)씨는 "30년 전만 해도 아기를 안 낳으면 관청에서 상을 줬다"면서 "지금은 출산하면 되레 장려금도 많이 준다지만, 젊은이가 있어야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30년 안에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84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신생아 증가가 미미한 상태로 한 세대가 지나면 인구가 급격히 줄어 해당 지역의 산업과 생활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의성군 신평면은 전국을 통틀어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전체 주민 818명 가운데 20~39세인 여성 인구(21명)와 65세 이상 노인 인구(446명)의 상대비가 0.047이다. 일반적인 가임 여성 인구가 노인 인구의 5%에도 못 미친다. 신평면의 최근 5년간 출생아는 5명이다. 그중 이씨가 이번에 낳은 전형규군 외에 4명은 국제결혼으로 꾸려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 이 지역에서 유일한 초등학교인 안평초등학교 신평분교의 재학생은 5명뿐이다. 2007년 폐교된 초·중학교 2곳의 운동장은 밭으로 변했다.

의성군 신평면에서 전형규군이 태어났던 지난 1월 한 달 동안 출생아 숫자가 10명 미만인 시·군·구가 10곳이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지방의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황항기 신평면장은 "전체 주민 중 97%(794명) 이상이 투표를 할 수 있다. 미성년자가 거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의성읍엔 주로 노인들이 이용하는 요양병원 5곳, 한의원 10곳이 성업 중이다. 1965년에 21만명이 넘었던 의성 인구는 작년 12월 말 현재 5만4014명으로 줄었다.

경북 지역 23개 지자체 중 의성, 군위, 영양, 청송, 봉화, 영덕, 청도군이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각 지자체는 인구 증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의성군은 출산 장려금으로 100만원(첫째), 150만원(둘째), 1550만원(셋째), 1850만원(넷째)을 준다. 셋째 아이부터는 고교 등록금 전액, 대학 등록금 50%도 지원한다. 의성에 정착하는 귀농인에겐 영농 창업 지원비로 한 세대당 3억원, 주택 구입에도 5000만원을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한다. 이런 정책 덕분에 2012~2016년까지 의성군에 귀농·귀촌한 사람은 2589명으로 전국 4위, 경북 지역 1위였다.

의성군은 작년에 행자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극복 뉴-베이비붐 선도 지자체 공모'에 경북도 지자체 중 유일하게 뽑히기도 했다. 출산장려 정책과 연계한 생애주기별 출산통합지원센터를 만들어 농촌 지역 저출산 극복의 모델을 제시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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