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에 지친 중앙아시아 '앵그리 2030' .. 테러로 눈돌린다

강혜란.김성탁 입력 2017. 4. 5. 01:59 수정 2017. 4. 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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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 용의자
키르기스스탄 출신 22세 남성
쇠구슬 가방폭탄으로 자폭한 듯
이슬람교 신자 많은 중앙아 3국
러시아 취업규제 강화로 실업 늘어
IS 전사 모집에 몰려들기도

3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폭발물 테러의 용의자가 키르기스스탄 출신 22세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키르기스스탄 보안국은 4일(현지시간) “용의자는 1995년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인 오쉬에서 태어난 아크바리욘 드자릴로프(사진)이며 러시아 국적자”라고 밝혔다. 드자릴로프는 6년 이상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가 처음부터 자살 테러를 계획한 건지에 대해선 인테르팍스 통신 등 현지언론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매체들은 수사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지하철에 타고 있던 테러범이 폭발 장치를 작동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결론은 시신에 대한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오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한 희생자는 현재까지 사망자 14명, 부상자 50여 명이다. 용의자가 사용한 지하철 테러의 폭발물은 철제와 유리 파편이 가득 들어있는 소화기와, 쇠구슬을 담은 가방이었다. 러시아 경찰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테러범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은 작은 소화기에 살상용 철제 및 유리 파편을 채운 형태다. 이 폭탄은 쇠구슬과 함께 서류가방 안에 들어있었다. 폭탄은 TNT 200~300g 수준으로 위력이 크지는 않았지만, 폭발하면서 철제 파편 등이 쇠구슬과 함께 사방으로 튀면서 큰 피해를 입혔다.

러시아 대테러위원회는 플로샤디 바스스타니야역에서 다른 사제폭탄을 발견해 해체했다. 이 폭탄도 소화기로 만들어졌으며, 위력이 지하철 객차에서 폭발한 사제폭탄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고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테러 용의자가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임이 확인되면서 이 지역 출신 과격 테러리스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1일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난사로 39명을 살해한 테러범 압둘가디르 마샤리포프(34)도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었다. 지난해 6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 공항 자폭 테러범 3명 역시 각각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다게스탄(러시아 연방 자치공화국) 출신으로 드러났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은 인구 600만명의 75%가 이슬람교 신자다. 최근 수년간 IS가 적극적으로 조직원을 모집한 국가 중 하나다. 중앙아시아는 이슬람교도가 많은 곳으로 1990년대 소련 붕괴 후 저개발과 독재체제로 인한 사회 불안이 쌓여 왔다. 특히 2030 젊은이들이 분노 해소 및 구직의 방편으로 IS 및 지하디스트 단체에 합류하곤 한다.

2014년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강화는 급진주의의 기반 확대로 이어졌다. 러시아 이주노동자의 송금에 의존해온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재정이 팍팍해지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 펴낸 ‘러시아 경기침체가 중앙아시아 해외송금유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0~50%를 해외 이주노동자가 보내주는 돈에 의존하는데 이들 노동자의 60~80%가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루블화 폭락 등 러시아 경제가 악화되자 2015년 3개국의 송금유입액은 전년 대비 43.3% 줄어들었다.

같은 해 러시아 이민법이 개정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취업허가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3개국의 실업률도 높아졌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5~24세 사이 청년실업률은 세계 평균이 약 14%인데, 우즈베키스탄(20.3%)·타지키스탄(15.5%)·키르기스스탄(14.7%)은 모두 이를 넘었다. 경제 침체에 실업률까지 치솟으면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은 이슬람국가(IS)의 ‘전사 모집’에 몰려들고 있다.

미 전략안보컨설팅 업체 수판 그룹이 2015년 1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옛 소련 출신 IS 전사 4700명 중 절반 이상은 체첸 등 러시아 국적이다.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국적은 각각 500명 가량으로 파악된다.

현대아프간연구소장 안드레이 세렌코는 지난 1월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취업 기회를 잃은 젊은이들이 IS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러 당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 중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밤 사고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크렘린궁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위로를 표했다”고 밝혔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강혜란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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