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흙서 건진 세월호 유류품 휴대폰, 불순물 제거 않고 지퍼백에 방치
[경향신문] ㆍ유류품 상태 확인한 유족측 “극초순수액 세척 왜 않나”
ㆍ해수부 초기 조치 미흡 인정…영상 등 정보 살아날지 관심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선체 진흙 제거 과정에서 발견한 스마트폰을 불순물 제거도 하지 않은 채 지퍼백에 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을지 모르는 스마트폰을 안일하게 보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해수부와 세월호 유족들에 따르면 유족들은 지난 3일 해수부 측에 유류품으로 발견된 스마트폰 보관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해수부는 지난 2일 오후 2시쯤 세월호 선체 진흙 제거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발견했다. 해수부는 3일 오후 6시쯤 유족 측의 요청을 수용했다. 유족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유류품 보관소로 운영 중인 컨테이너를 방문, 스마트폰이 지퍼백에 보관돼 있음을 확인했다. 스마트폰이 발견된 지 약 28시간이 지난 상황이었다.
유족 측 관계자는 “해수에 빠진 스마트폰은 기계 세척에 쓰이는 증류수인 극초순수액에 담가 불순물을 우선적으로 빼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극초순수액으로 스마트폰을 세척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을 반복해야 한다”며 “스마트폰에 담긴 정보를 복원하려면 빠르게 불순물을 빼낸 뒤 디지털 포렌식(전자기기에 있는 정보를 복원해 분석하는 기법)을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3년 가까이 바닷속에 있던 스마트폰을 지퍼백에 담아둔 것은 잘못된 조치”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세월호에 실린 차량 내 블랙박스 등 전자기기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힐 중요한 단서 중 하나로 꼽힌다. 전자기기 내 영상이 복원되고, 영상에 침몰 당시 상황이 담겨 있다면 침몰 원인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자기기가 3년 가까이 바닷속에 있었지만 복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한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는 “복원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계를 열어 메모리 상태를 보기 전까지는 단정지을 수 없다”며 “최근에는 복원 기술이 좋아져서 전체 복원은 어렵더라도 일부 복원은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는 “최근에 3개월 동안 해수에 빠진 스마트폰 정보를 100% 복원한 적이 있다”며 “물론 세월호가 물속에 있던 3년과 3개월은 차이가 있다. 일단 메모리 회로 상태를 봐야 복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검찰에 유류품으로 나오는 스마트폰 보관 방안에 대해 자문을 요청하는 등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4일 “스마트폰 보관 조치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며 현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체조사위, 세월호 유족 등과 유류품으로 발견된 스마트폰 디지털 포렌식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포|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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