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양념’ 발언 “깊은 유감” VS 박영선 “상처받은 사람에게 소금 뿌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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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4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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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일부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및 '18원 후원'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준 양념"이라고 말한 가운데,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이 "'양념'이라는 단어는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3일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일부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및 '18원 후원' 등의 공격적인 행태에 대해 "그런 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이라며 "우리 경쟁을 더 이렇게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4일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문 후보는 "제 지지자 가운데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자 폭탄을 보낸 의원님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다"며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얘기 했던 것은 후보들 간에 가치나 정책을 놓고 TV토론 등을 통해 다소 격렬한 논쟁도 있었던 부분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그런 정도의 논쟁은 치열한 경선에서 오히려 필요한 일이고 이를 통해 우리 당의 가치와 정책도 훨씬 폭넓어지고 깊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의 의원 멘토 단장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념'이라는 단어 하나가 던지는 사람의 모든 것"이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박 의원은 "아침에 눈뜨니 문자 폭탄과 악성 댓글이 '양념'이 돼 있었다. 막말 퍼붓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하고 나면 양념 치듯 맛을 더할 수도 있을 것이다"며 "그러나 그 악성 댓글 때문에 상처받고 심지어 생각하기도 싫은 험악한 일들이 벌어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념'이라는 단어의 가벼움이 주는 그 한마디는 어쩌면 그 내면의 들켜버린 속살인지도 모른다"며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어왔고, 또 때론 즐겨왔는지. 또한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 늘 네 편 내 편에서 이뤄져 온 잣대가 다른 배려였지 않나 하는"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양념'이라는 단어는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도 양념이냐고 반문하면 분명 버럭 화를 낼 것이다"며 "그리고 네거티브 하지 말자 할지도 모른다. 그걸 모를 리는 없었을 텐데. 실수라고 하기엔 그 가벼움의 내면이 지나온 세월의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오늘 아침 '양념'이라는 단어를 놓고 내가 이렇게 긴 시간 사색하는 이유는 바로 지도자는 늘 누구의 도움 없이 외로운 판단의 순간을 맞고, 그 판단의 순간 결정 요소는 자기 자신의 내면의 내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 글을 올리고 나면 또 수많은 공격이 날아올 것이다. 승복하지 않냐에서부터 두렵지 않느냐까지. 그러나 이것은 승복의 문제와는 별개의 것이고 악성 댓글과 문자 폭탄을 적폐청산 대상으로 생각한 사람 입장에서는 반론 제기가 불가피함을 밝혀둔다"고 잘라 말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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