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지망생 꼬드겨 음란물 4500개 만든 20대 덜미

"속옷 모델할래?" 미성년 모델지망생 꼬드겨 음란물 찍은 20대 구속

“속옷 모델 구합니다. 사진 먼저 보내주세요.”

2013년 당시 대학생이던 이모(23·무직)씨는 모델 지망생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구직사이트가 있단 것을 알게 된 후 ‘은밀한 취미’를 즐겼다. 프로필과 사진을 올리며 구직활동을 하는 모델 지망생들에게 재력가 행세를 하며 이른바 ‘사진먹튀’를 한 것. 모델계약을 맺을 때 이미 찍어놓은 사진을 보내는 것은 업계 관행이었다.

이씨는 여성들이 속옷 모델 제의에 응하면 “일 때문에 그런데 알몸 사진을 먼저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여성이 사진을 보내면 돈을 미끼로 점점 수위가 높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라고 보챘다. 이씨가 제시한 가격은 사진 1장당 5만∼40만원 선. 음란한 수위 별로 가격이 뛰는 식이었다. 여성들이 의심하는 것 같을 땐 억대의 계좌내역이나 다른 모델여성과의 카톡대화를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물론 모두 포토샵으로 조작한 것들이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미성년 모델지망생들은 이씨의 ‘타깃’이 됐다. 구직경쟁이 치열한 모델업계의 생리를 꿰뚫은 이씨는 이후 여성들로부터 사진만 꿀꺽하고 잠적하길 수년간 반복해왔다. 이씨가 계속해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수치심을 느낀 피해여성들이 신고를 꺼린 탓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사진먹튀’를 당한 한 여성의 신고로 이씨는 결국 쇠고랑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씨를 사기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2013년부터 올해 2월까지 범행을 저지른 이씨가 미성년자 34명 등 모두 63명의 피해자들로부터 건네 받은 음란물은 무려 4494개(사진 4120장·동영상 374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여성들에게 지급할 것처럼 약속한 대금만 11억원 상당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성적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중에 유포된 음란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속 등장 피해자들이 수치심에 신고하지 않거나 진술을 꺼리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계속 수사해나갈 예정”이라며 “모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범죄가 적지 않기 때문에 구직활동 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