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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상한선 20만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즉결심판에 오는 죄는 대부분 사소하다. 구걸을 했거나, 전단지를 무단으로 돌렸거나, 호객행위를 했거나, 돈이 없어 범칙금을 제대로 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대게 삶이 팍팍한 이들이다.
삶이 고된 이들이 많다보니 가슴 찡한 일도 많다. 소란죄로 즉결심판에 온 한 여성은 장애가 심해 판사와 대화조차 쉽지 않았다. 그는 누구와 사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한참을 머뭇거리다 “별이랑 고양이랑 살고 있다”는 동화 같은 대답을 했다. 구걸을 하다가 나란히 법원을 찾았던 어머니와 아들의 초라한 뒷모습도 기억난다.
재임 중에는 형사상 소추대상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제84조에 기대 국민과 수사기관의 요구를 무시해온 박 전 대통령은 ‘민간인’이 된 후에는 법이 보장한 권리를 찾아 제대로 누리고 있다. 검찰 조사 후 7시간20분간 신문조서를 보며 수정을 요구했고 영장심사에서는 8시간21분간 무죄를 주장했다. 둘 다 역대 최장시간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이 321호 법정에 들어가기 위해 지나간 서울중앙지법 4번 출구 옆 흡연 장소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대는 이들이 많다. 법 앞에 서는 두려움을 담배 한 개비로라도 진정시키려는 모습이다. 국민 모두가 아는 법의 엄중함을 철저히 무시해온 박 전 대통령이 구속적부심과 보석을 고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